[사설]'현대판 매국' 기술 해외 유출 , 사법부도 인식 달라져야

  • 등록 2024-01-18 오전 5:00:00

    수정 2024-01-18 오전 5:00:00

법원이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직 삼성전자 연구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20나노급 D램 기술 공정도 약 700개를 중국 반도체 업체 ‘청두가오전’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그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 실질심사에서 “도면을 유출한 게 아니라 기억에 의존한 초안”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혐의에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청두가오전은 삼성전자 임원과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최모씨가 2021년 중국 청두시로부터 거액을 투자받아 설립한 업체다. 최씨는 지난해 6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통째로 빼돌려 중국 시안에 복제공장을 지으려고 했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대만과 중국에서 자본을 끌어들이고, 기술은 삼성전자에서 빼돌리고, 인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영입했다.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중국으로 건너간 반도체 기술자가 2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첨단산업 분야의 핵심기술 해외 유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2022년) 기술 해외유출 범죄 적발 건수가 93건에 이르고 이로 인해 국내 기업이 입은 피해액은 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술 해외유출 범죄가 이처럼 빈발하는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33건 가운데 무죄와 집행유예가 87.8%를 차지했다. 기술 유출은 해당 기술 개발에 참여한 두뇌들이 타사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법원은 기술 유출로 인한 기업의 피해 방지보다는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더 중시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법원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글로벌 기술경쟁의 시대에는 승자만 살아남고 패자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적용된다. 국가핵심기술을 경쟁 상대국에 유출하는 것은 국가의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현대판 매국’ 행위로 봐야 한다. 중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기술자들에 의한 반도체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법의 잣대가 더 엄중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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