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교직원도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이 굉장히 아플 것이다. 그렇다고 40년간 이어진, 국·공립 교직원에 준하는 처우 대신 ‘마이웨이’를 택하는 건 더 어려울 것이다. 사학연금에 밝은 한 인사는 “사학 교직원들도 신분 안정성 측면에서 공무원과 규정을 맞추려 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대의(大義)도 있다. 통상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국공립과 사립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누구나 차별없는 교육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사학연금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그 교육 형평성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과하게 몸을 사리는 정치권과 정부다. 본지 취재 당시 여야 정치권은 ‘연금’은 더 이상 염두에 두지 않는 듯했다. 박근혜정부의 숙원인 공무원연금 개혁이 마무리됐으니 말이다. 심지어 대부분은 사학연금법 개정의 필요성 자체를 몰랐다. 표(票) 때문에 추가 연금 개혁은 쉽지 않다는 정도만 인식하고 있었다.
더 비판 받을 곳은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다. 정부는 사학연금법 개정이 왜 불가피한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교육부 관계자는 “개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권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그 이유였다. “대통령께서 한 말씀이 있잖아요. (사학연금 개혁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그 입장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하긴 해야 할 겁니다.”
이건 정부의 정책 신뢰도 문제다. 정부가 스스로 거둬들였던 사학연금 개혁 입장을 공식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 누가 정부 발표를 믿겠는가. 늦었지만 솔직하게 사과하고 다시 추진하겠다고 하는 게 정도(正道)다. 청와대가 됐든 기획재정부가 됐든 교육부가 됐든 그 주체는 중요하지 않다. 공무원연금 개혁 때만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크지 않을 것이니, 미리 겁 먹지 말고 밀린 숙제를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