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승계 아니라면"…공정위, 대기업의 벤처M&A 독려 공식화

[김상조發 혁신성장 실험②]
대기업 M&A 길 넓힌 공정위
국내 대기업 M&A가뭄 해소되나
  • 등록 2017-12-13 오전 5:26:00

    수정 2017-12-13 오전 5:26:00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사익편취 우려 등이 없는 계열사 확장에 대해서는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기술혁신과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인수합병(M&A)은 오히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김동연 경제팀이 12일 LG그룹을 만난 자리에서 던진 메시지다. 그간 대기업의 무리한 계열사 확장에 대해 터부시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적인 팽창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시 삼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 한 셈이다. 총수일가 사익 편취 등 불법 승계를 위한 계열사 확장만 아니라면 칼날을 세우기보다는 오히려 대기업의 스타트업 M&A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벤처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인수합병되면서 엑시트(EXIT:성공적인 투자회수)하는 게 필요한데 지나치게 대기업 계열사 확장을 문제시한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대기업 계열사 숫자만을 문제시하는 정책은 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인수에 머뭇거리는 대기업

외국과 달리 국내 대기업의 국내 스타트업 M&A은 지지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구글, 인텔, 아마존 등 미국 5대 IT 기업은 2012년~2016년 사이 42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카카오·SK플래닛 등 IT기업이 주도한 M&A를 제외하고는 손을 꼽을 정도다.

공정위의 기업결합동향 자료 중 신산업 진출로 해석할 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비계열사간 기업결합’은 2015년 93건, 2016년 76건으로 각각 전년 대비 41.9%, 18.3% 감소했다. 이 역시 스타트업 인수는 일부에 불과하다. 최근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채팅로봇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 받고 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 인수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개발에 나서기보다는 기존 산업을 활용하는 O2O(온오프라인연계)사업을 주로 하다보니 쓸만한 매물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M&A를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또는 ‘골목상권 침해’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도 중요한 이유로 자리잡고 있다. 공정위가 대기업 계열사 수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동시에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도 대기업의 스타트업 M&A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 M&A 가로막는 규제 해소될까

정부는 현재 대기업집단 규제에 관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김동연 경제팀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의 일환으로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EXIT: 성공적인 투자회수) 방안에 대한 논의를 거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위 등은 혁신창업 종합대책으로 대기업이 사내벤처를 분사할 경우 대기업 계열사 편입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검토했지만, 최종안에는 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그간 사내벤처가 분사(스핀오프)하는 과정에서 모기업이 초기 생존을 위해 자금을 지원할 경우 지분 30% 이상 보유하더라도 대기업 계열사 편입을 제외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사익편취 규제, 신규순환출자금지, 채무보증 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에 걸리면서 자유로운 경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같은 규제는 대기업의 불법적인 경제력 집중 문제를 막기 위한 제도로,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편입되더라도 위법 활동만 하지 않는다면 경영활동에 지장받는 부분은 제한적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특히나 지난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기업이 인수한 중소·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이미 7년동안 계열사 편입을 유예해준 터라 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규제 철폐에 대한 실익이 충분한다면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이와 별도로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인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주회사 규제도 완화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의 경우 증손회사를 인수하려면 지분을 100%를 인수해야한다는 규정이 M&A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규제 예외 조항을 두기 위해서는 규제 코스트(비용)에 대한 엄격한 입증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부족한 측면이 적지 않다”면서 “이미 예외규정을 상당히 허용한 터라 법적 안전성 등 두루 검토해 관련부처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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