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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 무용수, 특히 남자 무용수들의 치열한 춤 솜씨에 무척 놀랐다. 뛰어난 무용수를 찾는 과정이 너무나 열정적이고 흥미로워 잠도 오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 한 호텔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린츠주립무용단의 메이 홍 린 예술감독은 전날 막을 내린 ‘2018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에 대해 “주니어 부문과 시니어 부문 모두 다 관계없이 뛰어난 기량을 지닌 무용수들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했다.
메이 홍 린 예술감독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천안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번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과거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무용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은 물론 심사위원장까지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메이 홍 린 예술감독이 꼽은 콩쿠르에서 중요한 심사기준은 춤에 대한 집념과 열정이다. 안무가 겸 예술감독으로 20년 이상 무용계에서 활동해온 그는 “부상의 위험이 있음에도 춤을 위해 사는 무용수를 많이 만났다”면서 “죽을힘을 다해 춤을 출 사람을 발견한다는 생각으로 심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치열한 경쟁 끝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으로 수여하는 대상은 시니어 여자부문에 출전한 세종대 무용과 재학생 박나현이 수상했다. 시니어 남자부문에서는 박영대·윤혁중·권기혁이, 시니어 여자부문에서는 박나현·하가은·조혜원이 각 부문 금·은·동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는 병무청이 정한 예술요원 편입 인정대회로 시니어 남자부문 금상과 은상을 받은 박영대·윤혁중은 예술요원으로 대체복무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얻었다.
메이 홍 린 예술감독은 “무용수가 2~3년 쉬다 춤을 추는 건 좋지 않기 때문에 예술요원 제도와 같은 병역 혜택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 면제가 아니라 사회 봉사를 하는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콩쿠르 수상자에 대한 이런 혜택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출신인 메이 홍 린 예술감독은 14세에 로마 국립춤아카데미에 입학해 6년 뒤 독일 폴크방스쿨에서 피나 바우쉬에게 발레를 배웠다. 졸업 후 독일 도르트문트극장 발레 예술감독, 다름슈타트시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 린츠주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콩쿠르 참가자에게는 수상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하기를 주문했다. 메이 홍 린 예술감독은 “실패를 해봐야 그 실패를 성공으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며 “실패를 끝이라 생각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성공할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을 타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사랑과 즐거움을 갖고 춤추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