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②3D도면 넣으면 갈비뼈·비행기도 층층히 쌓아 뚝딱

4차 산업 핵심기술과 연계 '21세기 연금술'
대량생산 방식 대체하는 제조업 혁명
가정서 식품 찍어내고, 무인기 제작 가능
  • 등록 2018-10-29 오전 5:05:00

    수정 2018-10-29 오전 5:05: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했던 3D프린팅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건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3D프린터로 누구나 총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세계 각국은 3D프린팅 관련 주요 정책들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런 논란과 함께 또 다른 이면에는 저성장시대로 접어든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지렛대라는 표현을 앞세워 자국의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미래기술 관련 정책을 수립해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독일·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의 사정도 존재합니다.

30조 시장 눈앞..전세계가 주목하는 제조 혁명

도면과 재료만 있으면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21세기의 연금술’로 불리는 3D프린팅 기술을 핵심적으로 표출해내는 도구는 3D프린터입니다.

기존 프린터가 PC에 있는 문서를 바탕으로 글이나 사진을 종이 인쇄하는 것과 달리, 3D 프린터는 3차원 도면을 바탕으로 그릇, 신발, 장난감과 같은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녹여 잉크로 사용해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입체형 물체를 만들죠.

전통적인 제품 생산방식은 재료를 자르거나 깎아서 생산하는 절삭가공(subtractive manufacturing)인 반면, 3D프린팅은 재료를 한 층씩 쌓아 제작하는 방식으로 적층가공(additive manufacturing)이라고도 불립니다.

3D프린터의 종류는 재료와 적층하는 방식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플라스틱 등 고체를 열로 녹여 분사해 적층하는 FDM(Fused Deposition Modeling)/FFF(Fused Filament Fabrication) △광경화성 액상 수지에 레이저나 가시광선 빛을 쪼여 중합반응을 일으켜 선택적으로 고형화시키는 DLP(Digital Light Processing)/SLA(Stereo Lithography Apparatus) △분말 재료에 레이저를 선택적으로 주사해 조형하는 SLS(Selective Laser Sintering) 등이 대표적입니다.

컴퓨터로 제어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형태가 다양하고 다른 제조 기술에 비해 사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은 제작 속도가 느리고 가격도 여전히 비싸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앞서 언급했던 위험한 총기와 같은 물건을 마음대로 인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규제가 필요하며, 최근에는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논쟁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국가와 기업은 산업 전반에 걸쳐 제조 기술의 큰 변화를 가져올 핵심 기술로 3D프린팅을 조명합니다. 로봇,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핵심기술과 산업용 3D프린터의 연계를 통한 새로운 제조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기 때문이죠.

2016년 기준 세계 3D프린팅 시장은 기존 고분자계 장비 개발지연과 금속기반 장비의 개발부진으로 인해 업계 선도기업인 3D 시스템즈와 스트라타시스의 매출감소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의 강력한 육성정책과 특허만료 및 관련 기술발전으로 인해 전년대비 17.4% 성장한 60억 63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Wohlers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6년간 3D프린팅 시장은 연평균 28%의 성장률을 유지하여 2022년에는 2016년에 비해 4배 성장한 261억달러(약 29조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공장기 이식부터 대형 건축물까지 상용화 단계


그렇다면 3D프린팅 기술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요.

자동차와 로켓, 항공기, 음식 등의 다양한 산업에서 이를 활용한 많은 제품이 생산되고 있지만, 최근 특히 3D프린팅을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계입니다. 3D프린팅의 최대 특장점인 맞춤형 생산과 의료산업 내 개인 맞춤형 제품에 대한 지속적 수요가 맞물려 임플란트, 인공턱뼈, 신체조직 등의 다양한 개인 맞춤형 의료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해당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카네기멜론 대학이나 플로리다 대학에서는 인공장기를 제작하는 연구가 완성 단계에 있으며, 미국의 3D바이오프린팅 대표 벤처 기업인 오가노보는 사람의 간 조직을 3D프린터로 출력하여 쥐에 이식하는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3D프린팅 공급기업 로킷이 간이나 신장 같은 인공장기뿐만 아니라 두개골, 턱뼈, 피부 등에 이식에 활용될 수 있는 바이오 3D프린터를 개발하는 등 바이오 3D프린팅관련 제품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외국에서는 이미 건축분야에서 3D프린팅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기존에 사람이 하는 공정에서 굉장히 힘든 작업인 콘크리트 곡선 성형 작업도 3D프린팅을 활용한다면 매우 간단해지죠. 이탈리아의 WASP(World’s Advanced Saving Project)는 2년 전 높이 12m에 달하는 거대한 3D프린터 ‘빅 델타(Big Delta)’를 선보였는데, 이 프린터는 진흙과 모래 등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건축자재를 원료로 벽면, 천장 등을 제작해 원통 모양의 집을 짓는 것을 시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UN에서는 이러한 프린터를 널리 보급해 세계 전역에 있는 저소득층 주택을 건설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방산업에서의 응용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미국 해병대의 한 부서에서는 3D프린터를 활용한 폭발물을 개발해 실험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왕립 해군은 최근 3D스캐너 업체 아텍(Artec)과 제휴해 아텍에바(Artec Eva)와 스파이더 3D(Spider 3D) 두 종류의 3D 스캐너를 사용하여 자국의 모든 해군 함대를 3D로 스캔해 제조하기로 했습니다. 전쟁 게임처럼 뚝딱 무기를 생산하는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체형에 맞는 권총 손잡이나 그립, 조준경의 아이피스, 개머리판의 완충 고무 등은 가장 쉽게 제작하고 교체할 수 있는 시대는 곧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도 항공·우주, 자동차, 고고학, 패션·의류, 스포츠 등 다양한 업계에서도 3D프린팅은 다양한 형태로 상용화 단계에 있습니다.

[이데일리 이서윤]
이제는 ‘금속시대’..한국은 아직 걸음마

산업계뿐 아니라 가정용 3D프린터의 보급이 점차 확대되면서 3D프린팅 기술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도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영국의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체인 KWSP는 전세계 약 2억8500만명의 시각 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점자 인쇄 기술 발표했으며, 초콜릿으로 유명한 벨기에서는 3D프린터를 활용한 초콜릿 세공품 생산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각종 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3D프린터의 보급 확대는 개인 창업자의 증대로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3D프린터를 소유하는 개인이 늘게 되면 생산뿐 아니라 소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업체에선 도면만 보내주고, 고객이 집에서 직접 프린팅하는 방법으로 배송비와 배송시간을 절감할 수 있죠.

다양한 활용 방안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세계적인 물결은 금속 3D프린팅 개발로 흐르고 있습니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이 발생하는 기술전문지 MIT 테크놀로지리뷰는 금속 3D 프린팅을 ‘2018년 10대 혁신 기술’로 선정하며 시제품 제작에 머물던 기존 3D 프린팅과 달리 금속 3D 프린팅은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플라스틱 사출이 주류인 현시대를 넘어 이제는 ‘금속시대’를 향하고 있는 것이죠. 이미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은 금속 3D프린터로 저렴하고 빠르며 가벼운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투자와 업무협약(MOU)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2028년까지 1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는 금속 3D프린터 시장에서 미국은 연평균 30%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금속 3D프린팅 후발주자인 한국은 이 분야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입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금속 소재는 앞으로 전체 3D프린팅 시장에서의 비중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되나 국내 3D프린팅 기업들의 금속관련 연구 및 개발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추후 글로벌 3D프린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산학연 또는 기업들의 파트너십을 활용한 연구의 진행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3d프린터 이미지 [출처=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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