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순실 파문’ 이대로 덮을 순 없다

  • 등록 2016-10-21 오전 6:00:00

    수정 2016-10-21 오전 6:00:00

정권 비선실세로 간주되는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가 나라를 온통 뒤흔들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시작된 의혹은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비리로 일파만파 확산돼 급기야 이화여대 130년 역사상 첫 총장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졌다. 최경희 총장은 그제 사퇴하면서 “입시와 학사 관리에 특혜가 없었으며 있을 수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중학생만도 못한 맞춤법과 비속어로 작성한 보고서로 장안의 웃음거리가 된 정씨는 2014년 자신의 승마 특기생 합격이 특혜 논란을 빚자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부모를 원망해” 등의 해괴한 논리를 페이스북에서 폈다가 구설에 올랐다. 최씨는 딸이 장기 결석과 과제 미제출로 경고를 받자 지도교수에게 폭언을 퍼붓고 다른 교수로 교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씨가 학교로 찾아갈 때마다 규정이 바뀐 덕분에 딸의 학점이 높아졌다는 등의 비리 폭로가 줄을 잇지만 이화여대 문제는 새 발의 피다. 최씨가 서울과 독일에 설립한 비덱과 더블루K가 수백억원대의 ‘눈먼 돈’을 챙기려던 정황이 포착됐는가 하면 K스포츠재단 직원의 인사 검증을 청와대가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씨는 “나라 위해 뜻을 모았을 뿐”이라며 외려 역정을 냈다지만 도대체 무슨 권한과 자격으로 대기업 손목 비틀기에 앞장섰단 말인가.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연루된 2년 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때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는 특권층 비리가 발붙이기 힘들 것으로 여겨진 게 사실이다. 하나뿐인 남동생 부부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조카의 청와대 출입마저 막을 만큼 친인척 관리가 엄격했던 것이다.

그러나 권력의 퀴퀴한 냄새가 풀풀 나는 최순실 연쇄 의혹으로 사정은 달라졌다. 이들 모녀의 행적이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면서 항간에는 ‘피보다 진한 물’이라는 비아냥이 난무한다. 이화여대 총장 사퇴가 최순실게이트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보는 이유다. 결국 박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자금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언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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