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태국어도 안들려요"…북핵에 동남아 관광객도 사라진 명동

北 리스크 불거진 4월 이후…동남아 관광객 급감
'관광 코리아' 비상…소비 둔화는 경제 전반 악재
  • 등록 2017-09-19 오전 5:41:32

    수정 2017-09-19 오전 11:17:55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3년째 아이스크림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최진호(28·가명)씨는 요즘 한숨이 부쩍 늘었다.

최씨 가게는 원래 인기가 좋았다. 주 메뉴는 20㎝가량 높이 쌓아주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외국인이 와서 사진을 찍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에 중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추고,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불거지면서 동남아 관광객마저 뜸해졌다.

“잘 나갈 때에 비해 3분의1토막은 난 것 같아요. 한창 사드로 난리가 났을 때는 중국인만 없었는데 요즘에는 정말 골고루 안 보이네요.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도 아예 안 찾습니다.”

그래도 최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명동 뒷골목 쪽은 사람 자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최씨는 “지금은 말그대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사드에 북핵까지…태국어도 사라졌다

사드에 북핵까지, 엎친데 덮친 격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눈에 띄게 뜸해지면서 ‘관광 코리아’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를 찾은 태국인 관광객은 2만463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

지난 3월 사드 보복 여파가 한창일 당시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태국인 등 동남아 관광객으로 채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실제 3월만 해도 태국인 관광객(5만2503명·12.5%↑)은 5만명 넘게 왔다. 중국어가 사라진 명동 거리에 태국어가 등장했다는 언론 보도도 등장했다.

상황이 바뀐 건 5월부터다. 4월 한반도 안보 위기설이 불거질 정도로 북한 리스크가 커졌던 때다. 당시 방한한 태국인은 10.5% 줄어든 4만32명에 불과했다. 급기야 6월(2만7860명) 들어서는 2만명대로 감소했다.

태국인뿐만 아니다. 7월 우리나라를 찾은 필리핀인 관광객은 3만234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4%나 급감했다. 인도네시아인(45.2%↓), 말레이시아인(21.3%↓), 싱가포르인(6.4%↓) 등도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게 방한객이 줄었다. 오는 22일에는 8월 통계가 나오는데,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승구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광산업은 정치적인 여건에 정말 민감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금방 전쟁이 날 것 같은 상황으로 비쳐지고 있어 불안하니까 오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인이 우리나라를 찾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3월 당시 27만4478명이나 찾으면서 22.4% 증가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4월 5.4% 감소하더니 이후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다.

유커의 발길이 뜸해진 건 더 심각한 수준이다. 7월 방한한 유커는 28만126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3% 급격히 감소했다. 올해 3월부터 40.0%→66.6%→64.1%→66.4%→69.3%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상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중국인의 비중은 절반 안팎이었지만, 3월 이후 20%대로 내려앉았다.

“완만히 상승하던 소비 다시 꺾일까 우려”

관광산업의 타격은 곧 우리 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열악할 국내 소비 자체가 더 가라앉을 수 있는 탓이다.

명동에서 17년째 옷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50대·여성)씨는 “한창 잘 나갈 때보다 70%가량 매출액이 감소했다.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면서 “장사를 접으려고 점포를 내놔도 점포가 안 나가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사드와 북핵 이슈는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도 크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완만하게 상승하던 국내 소비 흐름이 다시 꺾일까 우려된다”면서 “사드와 북핵은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비 둔화는 몇년째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질병으로 꼽힌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뾰족한 수는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관광상품을 업그레이드하고 홍보를 강화하면서 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은 시스템을 갖고 관광객 유치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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