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직무만족도 OECD 꼴찌 대한민국

  • 등록 2018-03-22 오전 5:30:00

    수정 2018-03-22 오전 9:42:04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청년실업이 최악이지만 일자리가 있는 근로자도 행복하지 않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직무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량이 뛰어난 근로자는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어서, 역량이 부족한 근로자는 역량이 뛰어난 근
로자에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직무를 빼앗겨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rogram for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PIACC) 자료를 이용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인재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OECD 국가는 고(高)역량자의 60~70%가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고역량자 전문직 종사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역량(skills) 측면에서 부조화가 심하니 숙련 활용도도 낮다. 직장에서의 숙련 활용도(과업재량, 직장 내 학습, 영향력, 협력, 자기관리의 활용도를 표준화한 지수)는 -0.42로 OECD 국가중 제일 낮다. 고역량자의 활용지수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고 저역량자는 제일 낮다.

실제 노동시장에서 일한 경력은 평균 13.2년으로 OECD 국가 중 제일 짧았다. 특히 고역량자는 실제로 일한 기간이 평균 10년이 안됐다. 직장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일자리로 옮겼는데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또 다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결과적으로 현 직장에서의 근속년수가 짧아지는 것이다.

직무에 만족하는 취업자 비율도 우리나라가 55.9%로 OECD 평균 79.5%보다 23.6%포인트(p) 낮았다. OECD 21개 국가 중 최하위다. 고역량자, 저역랑자 모두 제일 낮았다.

대부분 OECD 국가의 고역량자는 숙련 활용지수가 높으면 고용률도 높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역량이 뛰어나도 고용률이 높지 않다. 고역량자를 필요로 하는 전문직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는 것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으나 노동시장의 수요와는 관계없이 대졸자 등 고역량자를 양산한 교육정책 실패로도 풀이할 수 있다.

고역랑자, 저역량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하는 일에 만족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전반을 새롭게 뜯어고쳐야 한다.

우선, 노동시장의 보상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학벌이나 연공이 아니라 성과와 역량에 따라 보수, 승진, 교육훈련의 기회가 결정돼야 한다.

고졸취업 활성화 정책 이후 대기업, 공공부문에 들어간 많은 고졸자들이 학력의 벽을 넘지 못하고 퇴사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고졸이라는 이유로 역량을 쌓고 경력을 개발할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성과에 기준한 보상체계도 확립되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금융권,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며 논란이 많았는데, 성과연봉제 도입 취지가 틀린 것은 아니다. 성과기반 보상체계가 일단 도입돼야 합리적이고 수용성 높은 성과에 기반 한 보상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채용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을 졸업했느냐, 무슨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하다. 인적자원의 전반적인 역량이 높아지고 대학 교육의 질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데, 10대 후반의 고교 성적에 의해 사회 경력의 출발점이 달라지니 많은 청년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채용, 블라인드 채용 등 학벌과 스펙을 타파하는 직무중심의 채용방식이 민간부분에 확산되어야 한다. 최고의 인재를 뽑고자 하는 사용자의 욕구와 학벌 등 스펙 타파가 필요한 사회의 요구가 어우러진 우리만의 채용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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