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집에 3800㏄급 에쿠스도 있고, 3000㏄급 체어맨도 있는데 차를 왜 또 바꿔요?”
“어, 앞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도 만나야 할 것 같고, 차에서 업무도 보려면 카니발 같은 승합차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어느날 당신의 배우자가 이런 말을 했다면 흔쾌히 차를 바꾸거나 추가로 구입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까? 이 흔하지 않은 일상이 바로 대전시에서 벌어졌다.
시민 눈높이에 맞는 현장 행정을 위해서 고급차의 대명사인 에쿠스나 체어맨 대신 대중적인 카니발을 이용하겠다는 점에서 주민 밀착형 행정가로 호평이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를 수행하는 대전시 주관부서는 시장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부랴부랴 새차 구입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이지 못한 편법을 남용했기 때문이다.
기존 체어맨(2799㏄)은 의전용에서 업무용으로, 에쿠스(3778㏄)는 의전용으로 각각 전환하고, 예산은 회계과 사무관리비를 우선 배정해 새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근거와 재원을 마련했다.
입찰공고 등 기본적인 행정에 필요한 시간도 줄이기 위해 ‘긴급한 행사, 그 밖의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 등이 명시된 ‘지방계약법 9조, 시행령 제25조’를 인용해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등 ‘스피드 행정’의 대표 사례를 만들어 냈다.
111년 만의 폭염과 불황으로 국민들은 가장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선풍기를 살 돈 조차 없이 쪽방에서 거주하는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대전시 공직자들은 좀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고, 좀 더 엄중하게 행정을 집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