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직은 정도(正道)를 지킬때 빛이 된다

대전시, 신임 시장 관용차로 기아 카니발 새로 빌려
기존 관용차 체어맨·에쿠스는 의전·업무용으로 전환
각종 편법 및 혈세낭비 논란에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
  • 등록 2018-07-24 오전 6:00:00

    수정 2018-07-24 오전 11:06:36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여보, 이번에 차 좀 바꿔야 할 것 같아.”

“아니 집에 3800㏄급 에쿠스도 있고, 3000㏄급 체어맨도 있는데 차를 왜 또 바꿔요?”

“어, 앞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도 만나야 할 것 같고, 차에서 업무도 보려면 카니발 같은 승합차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어느날 당신의 배우자가 이런 말을 했다면 흔쾌히 차를 바꾸거나 추가로 구입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까? 이 흔하지 않은 일상이 바로 대전시에서 벌어졌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달 당선과 동시에 민선 7기 시장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했고 곧바로 대전시에 기아차의 승합차량인 카니발 구입을 요청했다.

시민 눈높이에 맞는 현장 행정을 위해서 고급차의 대명사인 에쿠스나 체어맨 대신 대중적인 카니발을 이용하겠다는 점에서 주민 밀착형 행정가로 호평이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를 수행하는 대전시 주관부서는 시장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부랴부랴 새차 구입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이지 못한 편법을 남용했기 때문이다.

기존 체어맨(2799㏄)은 의전용에서 업무용으로, 에쿠스(3778㏄)는 의전용으로 각각 전환하고, 예산은 회계과 사무관리비를 우선 배정해 새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근거와 재원을 마련했다.

입찰공고 등 기본적인 행정에 필요한 시간도 줄이기 위해 ‘긴급한 행사, 그 밖의 이에 준하는 경우로서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 등이 명시된 ‘지방계약법 9조, 시행령 제25조’를 인용해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등 ‘스피드 행정’의 대표 사례를 만들어 냈다.

신임 시장을 위해 새로 구입한 관용차는 매월 94만 9000원을 내는 임대 차량으로 3년만 이용한다고 해도 3416만 4000원이 소요된다. 결국 과정은 공정하지 못했고, 세금도 더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구입이 아닌 임대로 진행하면서 새 차를 사는 것보다 비용이 1300만원 더 들어가 혈세 낭비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111년 만의 폭염과 불황으로 국민들은 가장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선풍기를 살 돈 조차 없이 쪽방에서 거주하는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대전시 공직자들은 좀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고, 좀 더 엄중하게 행정을 집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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