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 ‘올인’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중장기 이슈인데, 이를 임기 내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지난 2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는 다르게 우리는 5년 마다 (대선을 통해)나라가 뒤집어지고 바뀌는데, 발걸음이 너무 앞으로 나가서 뒤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청와대의 고충은 이해가 가지만, 국정의 무게중심은 경제에 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2년 간 실험을 했는데, 내년 선거(총선) 끝나고 나면 정부 여당도 급격히 무게 중심이 다음 (대권)후보로 넘어간다”며 “다음 후보자에게 힘이 실리면 그땐 경제고 뭐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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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북한 핵문제 관련 책을 집필해 온 그는 “북한 핵은 역사가 매우 오래됐다. 찾아본 문헌에 따르면 김일성은 일본이 (핵 폭격 이후)항복한데 매우 충격을 받고 그 것 때문에 핵개발을 시작했다”면서 “그래서 물리학자들을 유학을 보냈고, 1965년에는 내부문서에 ‘우리는 곧 핵을 갖는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포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북한의 강점은 시간 싸움이다. 김정은이 36세이니 앞으로 30년 통치한다고 하면 한국과 미국 대통령은 몇 번이 바뀌는데, 이후 파키스탄 모델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간끌기를 하다 결국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북제재 또 다른 ‘구멍’ 러시아…방러로 로드맵 마련
남 교수는 그러나 당분간 북한이 미국과 말싸움 수준의 기싸움 이상은 벌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너무 많다는 걸 북한이 잘 알기 때문에 궤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동향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 가능성을 낮게 봤다. 남 교수는 “북한도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까지는 최고인민회의 등 내부 정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위기상황으로 치닫길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이번 하노이 회담에 대한 면밀한 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4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밀월관계를 과시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을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현재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 남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이유에 대해 “러시아가 유엔에서 주로 제재의 부당성을 이야기 해 왔고, 또 하나의 제재 구멍이 러시아”라면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한 손에 잡는다면 미국의 제재를 견딜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