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金]국제금값 대비 괴리율 최고…'김프' 재현되나

KRX 금시세 1g당 8만원 돌파
국제 금값보다 7% 이상 높아
과거 비트코인 역프리미엄 재현 우려
  • 등록 2020-07-29 오전 12:11:00

    수정 2020-07-29 오전 8:29:09

[이데일리 권소현 김경은 기자] 국내외 금값 차이가 7% 이상 벌어지면서 국내 금시장이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저금리, 약달러,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등으로 국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금시장으로 대거 몰려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이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지만,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내 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고평가된 만큼 금시장이 조정을 보일 때 국내 금값은 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1900달러대를 돌파하고 국내 금 가격이 5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골드바 등 금제품을 정리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약달러에 인플레 헷지 수요…국내외 금값 고공행진

2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8%(33.50달러) 오른 1931달러에 장을 마쳐 2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KRX 금시장에서도 지난 27일 4.76% 오른 7만746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28일에도 3.41% 오른 8만100원으로 마감해 금시장 개설 이후 처음으로 8만원대에 올라섰다. 장중 한때 7% 이상 올라 8만2970원까지 뛰기도 했다. 금 한 돈(3.75g)당 가격도 30만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금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글로벌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에서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국제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값이 18개월 내에 온스당 3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대신증권도 이날 올해 금가격 전망치를 기존 1580~1900달러에서 1640~210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국제 금값 상승에는 달러 약세가 주효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인덱스(Dollar index)는 27일(현지시간) 기준 93.67을 기록해 지난 2018년 5월(92.25)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의 재정적자폭 확대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무제한 달러 공급 정책이 낳은 결과다.

약달러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것도 금 수요를 부르는 요인이다. 실제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 선행지표는 급등세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0년물 BEI(Breakeven inflation rate·일반 국채와 인플레이션 연동채(TIPS)간 수익률 차)는 27일(현지시간) 1.52%로 지난 3월27일 기록한 연저점 0.63%보다 0.89%포인트나 올랐다. BEI가 상승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물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경기회복으로 장신구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금값 상승에 힘을 보탰다.

국제금값 대비 107.38%…또 ‘김프’ 현상

문제는 국내 금값이 국제 금값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KRX 금시장에서의 금값은 금융정보업체 텐포어(Tenfore)가 런던금시장협회(LBMA) 회원사와 국제은행(IB)의 호가를 집계해 산정하는 국제 금 시세의 107.38%다. 올해 상반기 평균은 100.12%로 국제 금시세와 거의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7월 들어 국내 금값이 더 빠르게 오르면서 27일에는 104.21%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107% 이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금가격은 국제 금시세를 추종하는데 최근 국제 금값과의 괴리율은 금시장 개설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최근 개인투자자의 비중도 상당히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KRX 금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이날 76%로 작년 56%, 올해 상반기 63%에 비해 높아졌다. 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이 금시장으로 대거 몰려갔다는 의미다. KRX 금시장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이날 각각 516kg, 417억2200만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풀린 유동성이 증시로 몰리면서 나타난 ‘묻지마 투자’ 양상이 최근에는 금시장으로 옮겨붙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급락하면서 반등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원유 선물 ETN에 몰리며 괴리율이 한때 1000%에 육박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지만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진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기술적 측면에서 금과 역의 상관관계를 가진 달러인덱스 기대가치는 과매도 구간에 근접했고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 비율은 -20%까지 내려온 상태”라며 “반대로 금 기대가치는 이미 과매수 기준선을 상회해 달러화발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괴리율이 커진 상태에서 금값이 조정을 보이면 국내 금값 하락세가 더 가파를 수밖에 없다. 과거 비트코인도 국내 가격이 해외에 비해 4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암호화폐 가격에서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해 역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올해 괴리율 확대로 투기판을 연상시켰던 원유 선물 레버리지 ETN 가격 역시 4분의 1토막 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이 한번에 두자릿수씩 오르내리는 자산은 아니기 때문에 괴리율 4% 이상으로 벌어지면 차익거래를 시도하는 이들이 나올 만큼 큰 수준”이라며 “국제 금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도 괴리율 때문에 국내 금값은 급락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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