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징벌적 성격·기간 합리적으로 줄여야"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1기 인터뷰
청소·빨래…수감자 업무 대신하게 된 이들
한의사 등 전문직도…“복무 분야 넓혔으면”
“3년 근무로 신념 확인…합리적 단축 필요”
  • 등록 2023-10-30 오전 6:05:00

    수정 2023-10-30 오전 6:05:00

지난 25일 순천교도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대체복무를 마친 박경서(27)씨. (사진=본인 제공)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대체복무의 징벌적 성격을 줄이고 기간 또한 합리적으로 줄여야 한다. 기술을 가진 이들도 폭넓게 활용해야 한다.”

박경서(27) 씨는 최근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로 3년 간의 대체복무를 마쳤다. 대체복무제는 2018년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10월 처음 시행됐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대체복무 소집 인원은 총 1203명이며 최근 소집 해제된 1기 대체복무자는 60명이다. 대체복무 요원 대다수는 박 씨처럼 종교적 이유로 군사훈련과 집총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박씨는 ‘대체복무 1기’로 36개월을 목포교도소 및 순천교도소에서 합숙을 하며 보냈다. 대체복무 배정지는 교도소나 구치소로 제한됐고 기간도 현역병 2배였다. 박씨는 “기간이 36개월인데 업무도 교도소나 구치소에 배정된다고 했다”며 “우리는 양심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한 것 뿐인데 사실상 징벌적 성격이 강한 대체복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의 대체복무 생활은 현역생활과 다를 바 없었다. 휴대전화 사용 역시 현역병과 동일한 기준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월급도, 휴가도, 외출도 마찬가지였다. 대체복무자들은 원래 수감자들이 하던 업무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수감자들이 필요한 물품을 대신 구매해 배송해주는 구매 업무, 세탁 업무, 내부청소 업무, 반입 불가 물품을 관리하는 업무 등이다. 때로는 수감자들과 마주치면서 그들에게 욕설을 듣거나 위협을 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대체복무가 조금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교도소·구치소로 제한된 복무 분야다. 대체복무자 중에 한의사 등 기술을 가진 이들이 많으니 이를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원래 직업이 굴삭기 기사인데 대체복무 과정에서 이를 활용해서 일을 한다면 좋을 것 같다”며 “국가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기술자를 쓸 수 있고 제 입장에서는 경력 단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복무 기간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36개월 대체복무는 차별이라며 6개월을 줄일 것을 권고했으나 국방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씨는 “1기의 36개월 근무로 군입대를 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신념을 위해 대체복무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이제 징벌적 성격을 줄이고 기간을 합리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기간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면 출퇴근이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지난 25일 오전 전남 무안군 목포교도소 앞에서 36개월간의 대체복무를 마친 병역거부자들이 소집 해제돼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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