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사다]환자건강·국가재정 좀먹는 양심불량 의사들

건보 진료비 환수결정 4년새 130% 급증
환자엔 시술비 받고 건보엔 진료비 청구
건강검진을 진료로 속여 3억3000만원 청구
작년 환수결정 금액 56%가 사무장병원
  • 등록 2014-09-26 오전 7:00:00

    수정 2014-09-26 오전 11:54:26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의술 대신 돈벌이를 택한 양심불량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뿐 아니라 국가 재정까지 좀먹는다.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데도 보험 적용 대상인 것처럼 위장해 진료비를 타냈다가 환수 결정이 내려진 건강보험 진료비 규모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9년 1668억원이던 환수결정액은 지난해엔 3838억원으로 4년 새 2170억원(130%) 늘어났다.

방법도 다양하다. 가짜 환자를 만들거나 비급여 진료를 보험 대상으로 허위 신고해 진료비를 타내는 전통적인 수법은 여전히 가장 많이 애용된다. 최근엔 무료 의료봉사 활동을 위장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진료비를 청구하거나, 브로커를 고용해 집단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뒤 진료비를 타내는 수법도 등장했다. 입원실이 없는 병원에서 입원 진료비를 청구하거나 이미 사망한 사람의 진료비를 청구하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

환자에겐 시술비, 건보엔 진료비 `이중 청구`

서울 소재 A의원은 브로커를 고용해 본인 희망에 의한 단체 건강검진을 실시한 뒤 질병 증상이 있어 검사한 것처럼 허위로 신고해 3억3000만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했다가 적발됐다. A의원 최모 원장은 건강검진 사업자 윤모씨를 고용해 검진권을 판매하고, 윤씨를 통해 신용카드사나 보험사 영업직원과 계약해 카드발급 및 보험 가입시 사은품으로 검진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집단 검진을 유치했다.

최 원장은 이런 방법으로 검진 희망자를 대량으로 모집한 뒤 간단한 검진을 실시하고는 ‘상세불명 장증후군’ 등의 병명을 허위로 기재해 마치 질환이 있어 검사를 실시한 것처럼 위장했다. A의원이 이 같은 방법으로 불법 청구한 진료비는 2012년 2월부터 11월까
지 9개월간 6521건, 3억3000만원에 달했다.

이 병원 원장 최모씨는 유사한 불법행위를 저지르다 2009년 의사면허자격정지 및 업무정지처분을 받았으나 이후에도 전국 각지에서 병원 개·폐업을 반복해 왔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M한의원의 H원장은 자신이 개발한 한방성형침(자흉침)을 비급여 대상인 여성가슴확대시술 때 시술한 뒤 진료비를 환자에게 전액 부담하게 한 뒤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어깨 근육긴장·요통 등의 병명을 허위로 기재해 진료비를 부당 청구해오다 적발됐다. H원장은 지하철에서 배포하는 무가지 등을 통해 ‘동의보감 내경편에도 그 원리가 나오는 시술법’이라고 광고해 환자를 유인했다. 환자들은 270만~330만원의 병원비를 주고 가슴 확대를 위해 자흉침 시술을 받았다.

건보공단은 작년 5월께 복지부에 M한의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의뢰한데 이어 서울·경기·부산·대전 소재의 네트워크 한의원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여 이들이 모두 동일한 수법으로 진료비를 부당 청구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H원장은 현지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 2월 한의원을 폐쇄한 뒤 도주했으며 나머지 4곳 또한 올해 초 모두 문을 닫았다. H원장은 예약 환자와 진료 중인 환자들에게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수백건의 조사 의뢰가 밀려 있어 1년 6개월에서 2년 뒤에나 현지조사가 이뤄지다보니 증거를 인멸하거나 환자를 매수하는 등 범죄 사실을 은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조사 인력을 확대해 불법적인 진료비 청구를 차단해야 건보 재정 누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건보재정 누수 주범 ‘사무장병원’

진료비 환수 결정 금액이 최근 몇년 새 급증한 것은 ‘사무장병원’ 적발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2009년에는 7개 사무장병원을 적발해 6억원을 추징하는데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213개 의료기관, 2153억원에 대해 환수 결정이 내려졌다. 작년 총 환수결정 금액 3838억원 중 56%나 된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인을 설립할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가 은퇴한 고령의 의사나 개원할 돈이 없는 의사 등을 고용한 뒤 사단법인이나 생활협동조합의 명의를 빌려 개설한 병원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되다보니 환자 유인 및 과잉진료 등 불법적인 의료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잦다. 설립 자체가 불법이어서 진료비뿐 아니라 환자가 부담한 개인부담금도 전액 환수조치한다.

사무장병원 설립 시 가장 많이 쓰이는 수법이 비영리 사단법인의 명의를 빌리는 것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개설된 사단법인 개설 요양기관 193곳 중 104곳이 사무장병원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적발된 사무장병원의 53.9%나 된다. 사단법인은 정관 변경 등을 통해 병·의원 등 요양기관을 개설해 운영할 수 있다.

이처럼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피해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단속은 물론 적발된 병원에 대한 부당이득 환수조차 쉽지 않다. 2009~2013년까지 5년간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해 환수 결정을 내린 3661억원 중 회수된 금액은 8.26%(294억5500만원)에 불과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으로 밝혀져 진료비 환수를 위한 조사에 착수하면 설립자가 곧바로 병원을 폐업하고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법적 절차를 밟아 재산을 추징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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