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이플라워호 맞이하자①] "한국, 사장님만 나빠요"

방글라데시인 샤밈 인터뷰
"생활비 잘 아껴 쓰면
한달에 현지 1년 연봉
한국서 오래 일하려고
언어 자격증 열공중"
  • 등록 2014-10-06 오전 6:00:00

    수정 2014-10-09 오후 3:10:34

[이데일리 특별취재팀] “한국생활 너무 좋아요. 김치도, 사람도, 월급도, 법도 다 좋아요. 사장님만 안 좋아요.(웃음)”

한국 생활 3년차 외국인 근로자 샤밈(방글라데시·26) 씨를 한국외국인인력지원센터에서 만났다. 표정이 너무 밝아서 의외였다. 천안의 한 회사에 다녔던 그는 62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해 역시 1000만원을 받지 못한 직장 동료 호센 까말(방글라데시·40) 씨와 함께 센터를 찾은 참이었다.

센터는 이 건을 노동부에 신고, 회사가 돈을 내도록 할 계획이다.

샤밈 씨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외국인 근로자라 차별받은 적은 없느냐고. “그런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한국 사람, 한국 정부 우리 신경 써 주는 거 알아요. 월급은 한국 직원보다 적지만 그렇게 차이 크지 않아요.”

이곳 센터에서 상담 업무를 하는 슈먼 모하메드(방글라데시) 씨는 “지금은 일방적으로 부당한 대우나 억울한 일은 그리 많지 않다”며 “외국인 근로자라고 무작정 동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오히려 억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샤밈 씨는 몇 달 치 월급이 체납되긴 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돈을 꽤 모았다고 했다. 그 돈으로 고향에 땅도 사고 집도 지었다. 아버지의 큰 수술도 해줬다. 두 달 전에는 고향에 돌아가서 결혼까지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통상적인 공장 근로자 월급은 10만원 전후다. 이곳에서 잔업수당 열심히 챙기고, 생활비만 아끼면 한 달에 현지 1년 치 연봉도 모을 수 있는 셈이다. 그에게 한국은 말 그대로 꿈을 이뤄준 ‘희망의 땅’인 셈이다.

앞으로의 희망 사항도 한국에서 더 오래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는 기본 3년에서 최장 4년8개월까지 일할 수 있으므로 그는 앞으로 1년여 기간 더 일할 수 있다.

돌아간 후에도 다시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비롯한 준비를 할 계획이다. 재입국 땐 조건이 더 까다로워진다. 40살이 넘으면 아예 재입국할 수 없다.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는 셈이다.

최병규 한국외국인인력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외국인 근로자는 받되 한국에 아예 머무는 것은 막으려는 게 정부의 기본 정책”이라며 “현지에서 이곳에 오고 싶어하는 대기자도 많으므로 최대한 인력을 순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을 채용하는 한국 회사는 이미 근무를 해 봤던 숙련자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은 딜레마다. 외국인 근로자가 처음 와서 업무에 익숙해지려면 반년은 걸린다.

그렇다면 아예 한국으로 이주하는 방법은 없을까. 있긴 있지만 쉽지는 않다. 장기체류할 수 있는 특정활동 목적(E-7) 비자를 받기 위해선 한 업종에서 4년 이상 근무하며 월수입이 250만원을 넘어야 하고 한국어도 토픽 3급을 받을 정도로 유창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5000명에 한 명꼴로 이 비자를 받는다.

E-7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 상담사도 외국인 노동자의 완전 이주에는 부정적이었다. “(임금 격차가 큰 저소득 국가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고생하는 것은 잘 살기 위한 것인데, 이곳에서 가족과 산다면 월 200만원을 받아도 생활이 빠듯한 게 현실 아닌가요.”

△3년차 외국인 근로자 샤밈(왼쪽) 씨가 동료인 호센 까말 씨와 함께 한국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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