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고령화 쇼크']2044년 늙은 집의 디스토피아

  • 등록 2014-10-17 오전 6:30:20

    수정 2014-10-17 오전 8:23:58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나는 경기도 A신도시에 전용면적 84㎡형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유주택자다. 꼭 30년 전인 지난 2014년 은행 대출 2억3000만원을 받아 매매가 3억3000여만원에 이 집을 샀다. 당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나처럼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탄 사람이 적지 않았다.

요즘처럼 집 산 게 후회스러운 적이 없다. 이 아파트는 전체 2700여 가구 중 200가구 정도가 빈집이다. 집을 내놨지만, 장기간 팔리지 않거나 혼자 살던 노인이 세상을 떠난 뒤 방치된 곳들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30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2030년부터 국내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다.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천천히 찾아왔다. 먼저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차츰 자취를 감췄다. 수요가 줄자 아파트값도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늘어나자 전례 없는 ‘회귀 현상’이 벌어졌다. 서울 강남 등 병원·쇼핑센터·마트·문화시설 등이 잘 갖춰진 도심의 복합시설로만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그나마도 자산이 많은 노인들 이야기다. 가진 것이 집 한 채뿐인 나 같은 이들은 도시 외곽의 아파트와 함께 늙어갔다. 지금 전체 인구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우리 아파트는 이런 고령자가 전체 입주민의 절반 정도는 된다.

이 아파트가 부동산시장 활황기 신도시 개발과 함께 지어진 지 벌써 40년째다. 애초에 젊은층을 위해 단지가 설계됐다. 아파트 곳곳에 문턱이 있는 등 나이 든 사람이 살기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재건축은 꿈도 못 꾼다. 기존 아파트가 최고 35층에 달해 도시계획상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없다. 설령 규제가 풀린다 해도 대거 지어놓은 새 아파트를 사줄 사람도 없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집이 남아도는 판이라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요즘 정부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비 대출 보증을 서는 기금까지 내놨다. 하지만 주민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참고 사는 것이 답이라는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실질가격이 매입 당시보다 1억6000만원 가량 떨어진 것 같다. 집값이 반토막 난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떨어지는 집값을 걱정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직장을 관두면서 아파트를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평생 연금(대출금)을 받는 ‘주택연금’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은 내가 받은 급여액이 사망 당시 집값 시세보다 많아도 정부가 모든 손실을 감당한다. 오래 살수록 이득인 셈이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0만명을 돌파했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 적자를 보게 됐다며 연금 개혁을 추진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 웃기는 소리다. 유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나 같은 65세 이상 고령자다. 젊은 친구들은 대부분 투표장을 찾지 않는다. 가뜩이나 집만 생각하면 인상을 쓰게 되는 요즘이다. 올해도 반드시 주택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정당에 투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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