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맘 다이어리] 나는 육아를 글로 배웠다

  • 등록 2015-02-01 오전 8:00:00

    수정 2015-02-01 오전 9:00:47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아기 기저귀를 처음 갈아본건 출산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기저귀 갈아볼 조카가 없었을 뿐더러 출산을 한 후에도 아기가 있는 신생아실에서 기저귀를 갈아만 줬지 누구도 내게 기저귀 가는 법을 가르쳐주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배울 것도 없지만 말이다)

기저귀를 하루빨리 갈아봐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던 어느 날, 사건은 터지고야 말았다.

조리원에는 아침, 저녁으로 1시간씩 신생아실 청소시간이 있다. 그 시간에는 엄마가 아기를 무조건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두려운 마음으로 아기를 받아든지 얼마되지 않아 어디선가 솔솔 향기가 올라왔다. 아기가 응가를 한 것이다. 오줌 기저귀도 아직 제대로 실습 못했는데 처음부터 응가라니..눈앞이 깜깜했다. 결국 난 인터넷을 뒤졌고 친절히 설명돼있는 ‘기저귀 가는 법’을 보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육아지식의 8할은 글로 배웠다. 이제와 하는 얘기지만 기저귀 가는 법도 모른채 애를 낳다니 참 무식하면서도 용감했다.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그 흔한 ‘태교교실’도 제대로 찾아 다니지 않았고, 어쩌다 참석한 수업에서는 예방접종에 대한 설명에 ‘저게 다 뭔소리야..’라며 꾸벅꾸벅 졸던 나였다.

임신 중에는 정말 애만 낳으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출산은 시작이고 그 이후 아기에 관한 모든 건 엄마가 총책임자가 돼야 했다. 모유와 목욕, 수면교육 등에서부터 유모차, 카시트, 아기띠 등 아기용품 선택에 이르기까지 내가 알아야할 정보는 끝도 없었다. 양가를 통틀어 첫 출산인 나는 물려받은 것도 없어 그야말로 ‘무(無)’에서 육아를 시작했다.

한번은 80일 즈음, 아기가 갑자기 모유수유를 거부하고 분유만 먹겠다고 생떼를 썼다. 젖만 물리면 몸을 활처럼 꺾어 자지러지는 애랑 씨름하느라 수유할 때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지금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 돌 기념 촬영을 하던 중 아기와 함께.
마다 전쟁이었다. 그 유명한 ‘유두혼동’(엄마 젖을 빨던 아기가 우유병이나 노리개 젖꼭지를 사용하면 엄마 젖 빨기를 거부하는 현상)이 온 것이다.

적어도 1년은 모유를 먹이겠다는 나름의 의지가 있던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엄마한테 달려가 물었더니 “그냥 분유 먹여~제대로 챙겨 먹지도 않는 네 모유에 무슨 영양분이 얼마나 있겠니?”라며 딴소리다. 육아 경험이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난 또다시 인터넷을 뒤졌다. 친절한 육아카페에는 ‘유두혼동’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도 수십 페이지가 넘는 엄마들의 주옥같은 경험담이 있었다. 육아서적에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만 점잖게 쓰여있지만, 엄마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그 어떤 책보다도 큰 도움이 됐다. 평소 인터넷 카페 등을 잘 활용하지 않던 나는 출산 이후 매일 출근도장을 찍으며 아기를 재운 뒤 깜깜한 방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밤바다 우는 아기가 ‘영아산통’이라는 것도 글을 통해 알았고, 처음으로 열이 난 아기를 어쩔 줄 몰라 다급한 마음에 새벽녘 올린 글에도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며 위안을 주곤 했다. 참, 며칠 전 집에 들인 실내 미끄럼틀도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해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결국 말그대로 인터넷은 나의 육아 스승이었던 거다. 이제 고작 17개월된 아기 엄마인데도 신생아 시절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나 자신을 보며 인터넷 육아 품앗이의 중요성은 더 절실해진다. 언젠가부터 나도 누군가가 올려놓은 질문이 내가 경험했던 것과 같으면 구구절절 댓글을 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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