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대국 日 만든 건…에도시대 '야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신상목|276쪽|뿌리와이파리
  • 등록 2017-08-30 오전 5:04:00

    수정 2017-08-30 오전 5:04: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오래전 옛날부터 한국은 일본에 온갖 문물을 전수했다.’ 역사교과서에 담긴 한국과 일본의 관계다. 근대의 혼란기에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에 대해서는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통해 한국보다 먼저 근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일본이 한국은 물론 중국보다도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메이지유신 이전인 에도시대(17세기 초반~19세기 중반)에 있다. 임진왜란 때 도공이나 조선통신사에게 선진문물을 배웠다고 알려진 바로 그 시대에 일본은 이미 근대화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참근교대제’다. 에도(지금의 도쿄) 막부를 지배하던 쇼군이 지방 영주인 다이묘를 통제하기 위해 시행한 일종의 인질제도다. 다이묘는 쇼군의 명령에 따라 에도에 1년 단위로 머물러야 했다.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500명 이상의 인원이 수백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자연스럽게 도로가 발달했다. 이동과정에서 다이묘가 쓰는 돈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밑거름이 됐다. ‘참근교대제’가 의도치 않게 근대화의 요건인 자본·시장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근대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출판·인쇄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한 것도 에도시대였다. 1682년 발간된 포르노그래피 소설 ‘호색일대남’의 열풍은 오락서적을 중심으로 한 출판시장을 형성했다. 18세기 말 에도는 연간 수백종의 신간을 발행하는 상업출판시대를 맞았다. 서양의학과 외국어도 에도시대에 받아들인 것이다. 1774년 일본 최초의 번역본으로 소개된 ‘해체신서’로 서양의학 지식을 받아들였다. 서양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1796년에는 일본 최초의 서양어사전인 ‘하루마와게’도 출간했다.

외교관으로 일본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현재는 서울에서 우동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통’ 저자가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에도시대의 역사를 근대화의 관점으로 흥미롭게 풀어썼다. 과거를 알면 현재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처럼 일본의 역사를 통해 지금의 일본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다만 한 가지가 걸린다. 저자는 “한국의 근대화에는 일본의 근대화가 투영돼 있다”면서 “일본 근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한국 근대화의 뿌리를 찾는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식민지근대화론의 흔적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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