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Sex),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이 ‘3S’는 국민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해 정부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는 대표적인 ‘우민화 정책’의 하나로 쓰였다.
정치인은 국민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이 세 개념을 잘 섞어 이용해 왔다. 현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의도를 반대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왜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졌는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과거와는 달리 정부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최근 정치권의 ‘1987’ 관람 열풍은 그동안 있었던 ‘영화정치’와 다를 바 없다. 1991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편제’를 관람하면서부터 ‘영화정치’가 시작했다고 본다. 대통령이 영화를 어떻게 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 행위가 여론몰이를 전개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말하자면 영화가 정치적 행위를 시작한 것이다. 이후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정치권 인사가 특정 영화를 볼 때마다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한 영화의 정치 성향을 결정한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가 여전히 이 시대에서 중요한 정치적 위치를 차지함을 반영한다. 우리는 독재정권과 맞설 때에도 영화란 무기로 그들을 무너뜨리는데 일조했다. 반면 정권을 유지하는 정당성을 찾고 권력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정권을 옹호하는 영화를 선호하고 극찬하는 행위도 정 반대에서 존재했다. 영화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을 대변해 옹호하거나 반대파를 격파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대통령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를 먼저 보고 왜 이 영화에 대한민국 국민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환호했는지 그 이유를 생각했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은 ‘1987’을 보면서 감회에 젖는 선택을 했다. 정치가 무엇인가. 정치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정치인은 정치를 시작한 전후로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1987’이 정치를 시작하기 전을 다룬 영화라면 ‘신과 함께’는 정치가로서 민심을 살피러 봐야 할 영화다. 무엇을 더 먼저 보느냐에 따라 그 정치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