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간판사회, 계급…묻고 따지고 싶었죠"

'문학상 4관왕' 장강명 작가
신작 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 출간
간판사회·서열문화 등 꼬집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질문 던질 것"
  • 등록 2018-05-28 오전 5:24:17

    수정 2018-05-28 오전 5:24:17

장강명 작가는 “모험을 안하는 사회는 결국 망하게 된다”며 “간판사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역동성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당대의 부조리를 보면서 묻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소설은 사람을 위로하거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이겠지만, 나의 경우는 의미있는 질문을 사회에 던지는 통로다.”

소설 ‘한국이 싫어서’로 인기를 끈 장강명(43) 작가가 이번엔 한국사회의 문학상·공채제도를 꼬집은 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민음사)으로 돌아왔다. 장편 ‘표백’으로 2011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뒤 ‘수림문학상’ ‘제주 4.3 평화문학상’ ‘문학동네 작가상’까지 거머쥔 그가 자신을 배출한 제도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파고든 것이다.

장 작가는 “문학공모전과 공채제도는 대규모로 동시에 시험을 치러서 인재를 뽑는다는 점에서 닮았다”며 “아무리 능력을 평가한다지만 시험 한두번으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 간판사회…공채시스템이 계급 형성

‘당선, 합격, 계급’은 신춘문예·장편 문학상 같은 문학공모전 뿐 아니라 기업·공무원·언론사 입사시험 등의 채용 시스템도 같은 맥락에서 들여다본다. 장 작가는 ‘문학상 4관왕’일 뿐 아니라 삼성그룹 채용에 합격해 건설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전업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동아일보 기자로 11년간 일하기도 했다. 자신의 장기를 십분 살려 문학상 심사현장과 삼성그룹 필기시험장 등을 누비며 60명 이상을 심층 인터뷰하고 2년간 취재·고민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

“당선이나 합격이 되는 순간 사회적 신분이 생기고 그 안에서 자연스레 서열문화가 형성된다.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선발시험이 부당한 계급사회를 만드는 도구가 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한결같은 채용시험이 결국 새로운 좌절을 낳게되는 현상인데 이런 부분을 파헤쳐보고 싶었다.”

삼성의 직무적성검사(GSAT) 시험장에는 수많은 언론사의 카메라가 수험생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서점 한켠에는 각종 기업 입사시험의 기출문제집 코너가 마련됐다. 대기업 입사시험에선 직무와 상관없는 도형문제가 나올 뿐만 아니라, 수험생들은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문학공모전 ‘당선공식’ 등을 공유한다. 장 작가는 이런 기현상을 시험의 영향력이 과대한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 봤다.

“강화도 조약이 나오고 세상이 바뀌고 있어도 조선의 똘똘한 젊은이들은 과거시험을 보고 있었다. 지금도 10년 이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장기 재수생이 있다. 그렇게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 한국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생각은 안든다. 획일적인 시험으로 모험을 하지 않으니 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대안은 ‘정보공개’…“당대모순 들여다볼 것”

공채 제도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성과 비용, 시간 등 측면에서 장점도 있다. 결국 대안은 ‘정보공개’에 있다. “‘깜깜이 시장’에서 정보를 알 수 없으니 그나마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게 ‘간판’이란거다. 결국 간판사회와 계급은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거다. 기득권층이 여러 분야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장 작가는 그간 ‘열광금지, 에바로드’ ‘댓글부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5년 만에 신혼여행’ 등을 내놨다. ‘당대의 모순’에 천착하다보면 자연스레 글이 써진다고 했다. 다음 작품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대된 탈북자 지성호씨를 다룬 책이다.

“항상 질문이 생겼을 때 그걸 소설로 쓴다. ‘지금 한국이 다들 싫다는게 어떻게 할껀가’ ‘댓글문화 저렇게 놔둬도 되나’ 등을 고민하다보니 전작이 나왔다. 100년 전 일이라도 모순이 있다면 관심이 간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의문을 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세상과 인간에 대해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는 게 내 역할이고 또 내가 잘하는 일이다.”

장 작가는 “록 음악을 좋아한다”며 “옷에 그려진 마릴린 맨슨이 같이 나오면 나는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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