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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전기차 보급이 제도에 오히려 발목을 잡히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전기차사업을 각각 진행하면서 물량이 부족한 곳이 있었음에도 5000대가 넘는 전기차가 팔리지 못했다. 게다가 보조금도 지자체별로 제각각이라 부족한 물량과 더 나은 조건으로 차를 구매하기 위해 위장전입 등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5497대가 팔리지 못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기차 출고 잔여 대수가 2272대로 가장 많았고 △서울 698대 △인천 513대 △경북 포항 461대 △대전 302대 등 순이었다. 전기차 보급은 정부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보급을 확산하기 위해 차종에 따라 승용차는 최대 900만원까지 전기 화물차나 승합차는 최대 1억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다 각 지자체도 적게는 450만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 지원금을 보태고 있다.
문제는 경직된 제도로 인해 정작 전기차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점이다. 실제 팔리지 않고 있는 전기차가 5497대나 되는데도 전국 89개 지자체는 물량 부족으로 인해 전기차를 판매할 수 없었다. 2272대가 팔리지 않은 제주도를 비롯해 55개 지자체는 재고가 남았다. 즉 89개 지자체에 전기차를 사고 싶은 사람이 5497대나 전기차가 남았음에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남는 전기차를 사지도 못하는 상황이 오자 전기차를 구매하기 원하는 소비자가 위장전입까지 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실제로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보조금을 받고 전기차를 사기 위해서 위장전입한 31명을 붙잡아 검찰에 넘겼다. 이중 경남에 사는 A(30)씨는 전기차 구매를 위해 경남도에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예산이 모두 소진돼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출고 한도가 남은 부산시의 지인 집으로 주소를 몰래 옮겼다.
이런 상황에서도 환경부는 지자체의 재정상황에 따라 보급물량과 보조금이 결정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차 보급 수요 자체가 지자체의 수요 계획을 받아서 내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보급물량이나 보조금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것. 결국 구조적 해결은 뒤로 넘기고 소비자의 부정수급을 막는 대책만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와 논의해 편입된 기간이 짧을 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이나 전입 후 빠져나갈 때 환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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