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주식이 없다"…급락장에 현금 늘리는 운용사

국내 주식펀드 현금비중 3%대…올초 2%대에서 증가
주식 싸게 살 시기?…계속 싸지는 게 문제
암울한 증시 전망이지만…"쉬어가는 시기로 봐야"
  • 등록 2020-03-17 오전 12:10:00

    수정 2020-03-17 오전 12:10:0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 안에 현금이 날로 쌓이고 있다. ‘선수’로 불리는 펀드매니저조차 사들일 주식을 고르는 데 애를 먹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가 당분간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운용 업계 시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개미 전략과 비교된다.

대형사조차 “현금 늘려”

16일 펀드평가회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상장지수펀드를 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이하 주식형 펀드)의 총 설정액 합계는 28조899억원이고, 이를 운용한 손익을 반영한 순자산 합계는 22조4831억원이다. 여기서 현금은 8825억원이다. 현금 비중은 설정액 대비 3.1%, 순자산 대비 3.9% 규모다. 100억원을 굴리는 주식형 펀드 매니저가 3억1000만~3억9000만원 정도는 현금으로 들고 있다는 의미다.

현금 비중은 절대적으로 점증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내 현금 규모는 올해 초 7113억원에 비해 24%(1712억원) 증가했다. 현금 비중으로 보면 올해초 설정액 대비 2.5%, 순자산 대비 2.6%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0.6%포인트, 1.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손익을 반영하는 순자산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설정액으로 보더라도, 현금 비중은 올해 꾸준히 점증했다.

업계가 체감하는 상대적인 현금량도 많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펀드는 가치가 높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자산에 투자 비중을 크게 잡는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펀드 포트폴리오에 현금 비중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현재 주식형 펀드 현금 비중 3%대는 평소 수준을 웃도는 편이다.

자산규모 상위권 운용사 임원은 “대형 운용사는 통상 주식형 펀드 현금 비중을 2% 안팎으로 유지하는데, 중소형사는 비중이 더 큰 것으로 안다”며 “대형사로 꼽히는 우리도 현재 현금 비중이 작년보다 50bp(1bp=0.01%) 정도 더 늘었다”고 말했다.

“손 나가는 주식이 없다”

운용사 현금 비중이 늘어난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코스피 하락이 멎을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운용업계는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내릴 조짐을 보이면서 상당 부분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확보한 현금 상당수를 재투자하지 못해서 보유량이 늘어난 것이다. 싸게 사들인 주식이 더 싸지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 본부장은 “선뜻 손이 나가는 주식이 드물다”며 “`판 만큼, 다시 산다`는 기본 운용 개념이 희미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개인 투자금이 몰려들었다. 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는 올 들어 이날까지 51영업일 가운데 40영업일을 순매수했다. 누적 순매수액은 16조2513억원이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주식형 펀드 자금은 월간으로 지난 1월 5528억원이 나갔지만, 지난달과 이달(13일 기준) 1114억원과 6172억원이 각각 들어왔다. 이로써 올해 1758억원 순유입했다. 개인 투자금이 운용사 보유 현금에 더해지면서 이른바 `유동성 두물머리`가 형성돼 수위가 올라간 것이다.

보릿고개 대비…“유동성 댐, 개방 일러”

그럼에도 운용업계가 댐을 열어 유동성 수위를 내리지 않는 이유는 보릿고개 대비 차원으로 보인다. 현금을 줄이고 주식을 늘렸을 때, 펀드 환매 요청이 몰리는 상황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때 투자금으로 내어줄 유동성이 부족하면, 다시 주식을 줄이고 현금을 늘려야 한다. 이 시점에 증시가 여전히 부진하면 목표가를 밑도는 가격에 주식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 개중에 아직 손실을 보고 있는 주식이 포함되면 최악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임원은 “현재 현금 비중을 5%까지 늘릴 여력을 확보했고, 최대 10%까지 늘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공모펀드 시장에 자금이 계속 유입할지도 단언하기 어렵다.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은 2017년 5조6900억원 순유출, 2018년 8200억원 순유입, 지난해 3조1800억원 순유출하는 등 지그재그 흐름을 보여왔다. 최근 단비처럼 자금이 유입됐어도 언제 유동성 파티가 끝날지 모르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는 한국 증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투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펀드 매니저는 주식을 사고 직접 운용하는 쪽이라 주식을 분석하고 영업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보다 증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상위권 자산운용사 임원은 “업계가 증시를 어둡게 보기보다, 쉬어가는 시기로 판단한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사와 매니저, 펀드 각각 차이도 있다. 가치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현금 비중이 1% 남짓으로 평소보다 더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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