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의 사회적 의무는 어디까지?..품질의무·n번방 방지 논란

6일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논의
정치권 "글로벌 CP 역차별 해소, 성범죄물 전송방지 필요"
인터넷 업계 "혁신저해, 국내 기업만 피해우려"
법안의 문구 조정으로 사회적 책임 균형점 찾아야
  • 등록 2020-05-05 오전 8:31:53

    수정 2020-05-05 오전 8:55:5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혁신의 대명사 인터넷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다루는 법안들이 내일(6일) 국회에 상정돼 논란이 뜨겁습니다. 인터넷 스타트업(초기벤처)들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커진 영향력 만큼 사회적 문제 해결에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까요?

일단 인터넷 기업들은 △‘일정규모 이상 기업에 품질의무 부과법(통신망 이용에 부당한 거부나 불이행 발생 시 사후 규제 가능법)’△‘성범죄물 전송방지 의무화법(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화 및 징벌적 손해배상법)’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회장사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성명서와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런 법안들이 인터넷 산업의 혁신을 해치고 통신사에게만 유리하며 해외 기업은 규제하지 못하고 국내 사업자만 옥죄는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일견 이해되는 일입니다. 구글이나 넷플릭스가 힘의 우위를 무기로 대한민국의 첨단 통신망을 사실상 공짜로 쓰면서 망 이용계약 체결을 회피하고 있다고 해도, 모든 인터넷 기업에 통신사 같은 품질의무를 부과해선 안 되죠.

또한 외국계 텔레그램에서 발생한 n번방 사태로 모든 인터넷 기업에 사건 발생 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하라는 것은 과한 규제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성범죄물 유통은 절대 일어나선 안되지만, 인터넷 플랫폼이 성범죄물인지 여부를 즉각 판단해 삭제하는 일이 100%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파일 고유값(해시값)을 이용해 성범죄물을 필터링한다고 해도 파일 형식이나 해상도 등을 바꾸면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기협의 품질의무 부과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나 성범죄물 전송방지 의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무조건 반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전 규제는 아니더라도 사후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남겨둔다든지, 해외 사업자에 대한 역외규정을 신설한다든지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기업들도 인터넷을 비롯한 IT 생태계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의 법안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는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표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①일정규모 이상 인터넷 기업 품질 의무는 이용자 보호 조치

적어도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같은 큰 회사에는 전기통신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관리적·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기업간 주고받는 돈 싸움 때문에 이용자들의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망이용대가를 두고 갈등을 벌이는 와중에 맘대로 인터넷 접속경로를 바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접속을 지연시키거나 끊어지게 했습니다.



구글은 어떤가요. 코로나19 사태로 유럽 등에서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한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통신망에선 문제가 없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도 맘대로 유튜브 화질을 낮췄습니다.

품질 문제는 온전히 통신사 영역일까요?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자사 유료 서비스 상품을 화질을 기준으로 다르게 책정해 돈을 받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 정부(방송통신위원회)재정기간 중 막판에 거부하고 법원으로 간 넷플릭스의 행위는 국내 법 미비를 노린 전략적 조치가 아닐까요?

물론 스타트업을 포함한 모든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품질 의무를 주는 일에는 반대합니다. 하지만, 힘의 우위를 무기로 한 구글, 넷플릭스 등의 행태를 봤을 때 국내 이용자가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국내외 CP간 국내 통신망 이용료 차별을 협상을 통해 해소하도록 유도하는 법안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국내 서버 설치 의무화 같은 사전 규제는 논란이 클 수 있지만 사후규제기관인 방통위로 하여금 글로벌 CP와 국내 통신사간 망 이용 및 제공 현황을 파악해 향후라도 국내 이용자 피해 사실이 발생하면 공정거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를 두고 망중립성 위반이고, 스타트업 혁신 저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도외시 한 게 아닌가 합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미국 인터넷 대기업 협회’는 아닌데 말이죠.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 유료채널 ‘박사방’을 운영한 20대 조씨. (사진=연합뉴스)


②n번방 방지 의무는 디테일 챙겨야..민관 협력 강화 조항 어떤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던 n번방 사태를 생각하면 불법 성착취물의 전송을 막자는 법안의 취지는 찬성합니다.

구글의 경우 텔레그램처럼 직접 성범죄물을 유통시키진 않았지만, 사건 발생 이후까지 n번방 연관검색어를 삭제하지 않았죠. 그래서 충남 예산에서 디지털 장의사(잊혀질 권리에 따른 콘텐츠 삭제 업무) 사업을 하는 이덕영(44) 씨가 직접 ‘구글 n번방 연관검색어 삭제 네티즌 운동’을 펼칠 정도였습니다.

국내 네이버나 카카오(다음)과 달리, 구글은 n번방 사태에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연관검색어 논란이 커져 방통위 경고를 받고서야 구글은 n번방 연관검색어를 지웠죠.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구글은 국내 사업자들과 달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자율규제에 따르지 않고, 콘텐츠 심의에서 ‘원 팔러시(one policy·하나의 정책)’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성착취물 전송 방지를 비롯한 정보통신망 대책은 국내 사업자들보다 텔레그램이나 구글 같은 해외 사업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기술적으로 100% 막지 못하는데 모든 인터넷기업에 의무를 부과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무서운 조항을 만들기보다는 △성착취물 영상을 불법 정보로 규정하고 △해외 사업자도 규제가 가능한 역외조항을 만들면서도 당장의 규제는 세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정부나 시민단체의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이용자보호평가에 성착취물 관련 내용을 넣어 이를 수치화해 공개하게 하고 △정부나 공공기관 등이 성착취물 관련 동영상 등을 지우도록 예산을 확대하는 것 등이 어떤가 합니다.

문제가 발생한 곳이 우리 정부의 행정력이 집행되기 어려운 해외 인터넷 사업자들이니 이곳의 규제부터 시작하면 어떤가 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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