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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어두운 무대 위. 한 여자가 부푼 배를 움켜쥐고 철창에 기대어 있다. 트럭 안 두 남자는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돈다. “아줌마, 왜 이렇게 조용해요? 세상이 막 새로…시작하려고…. 내가 여기 처음 왔던 것처럼.” 불이 켜지면 무대는 과거로 돌아가 있다.
연극 ‘농담’은 투견장을 배경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상주극작가로 활동한 정영욱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김낙형이 연출을 맡았다. 투견판에 어슬렁거리며 모여드는 사람들.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은 서로를 수렁에 빠뜨리고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투견장 주인 이씨는 돈 때문에 자기 아들을 누명 씌워 감옥에 보내고, 이씨의 심부름을 하며 빚을 갚는 오창강은 임산부건 환자건 아랑곳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며 돈을 갈취한다.
김 연출가는 “알면서도 떠날 수 없는 헛된 욕망을 철창의 이미지로 표현했다”며 “그 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인물들을 보며 현재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28일까지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02-758-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