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와 정보기술(IT) 등 첨단업종에 속한 중견·중소기업(이하 중기)들이 잇달아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중기는 베트남 현지 생산을 통해 제품 원가경쟁력을 강화,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중국 경쟁사들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나날이 악화되는 국내 제조업 환경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신장비업체 에이스테크(088800)놀로지는 1500만달러(약 170억원)를 투입해 베트남 하남성에 공장을 구축하고 최근 제품 양산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기지국안테나와 고주파(RF)필터, ‘RRH’(Remote Radio Head) 등 기지국에 쓰이는 장비를 화웨이와 알카텔루슨트, 에릭슨, 노키아지멘스네트워크 등 글로벌 업체들에 납품한다. 에이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중국 둥관·가오야오 등에 이어 베트남 현지에도 공장을 구축했다”며 “베트남에서는 기지국안테나만 제조하고 있으나, 향후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공장 통해 제품 원가경쟁력 강화
이미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수익성 개선 등 효과를 본 중기들도 있다. 전자부품업체 시노펙스(025320)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21.4% 줄어든 1550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09억원을 올리면서 226억원 손실을 냈던 전년도와 비교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경기 화성 공장을 지난해 초 베트남 하노이 법인으로 일괄 이전, 제품 원가경쟁력을 강화한 결과다.
이 외에 LED업체 루멘스(038060), 통신장비업체 케이엠더블유(032500) 등은 이미 구축된 베트남 공장에서의 생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루멘스 관계자는 “LED모듈 중 베트남 생산 비중은 현재 30% 정도이며, 이는 향후에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국내 제조 여건 악화는 아쉬워
이처럼 중기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짓는 이유로는 현지에서의 저렴한 인력을 활용해 제품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베트남 정부가 한국 업체들에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 인건비가 한국의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거래처들도 베트남 현지에 거점을 두고 있어 근접지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 공장을 지을 경우 법인세가 초기 2년간 면제되고 이후 4년간 50% 감면되는 등 세제 지원이 있으며 일부 토지는 무상 임대되는 등 혜택이 많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인력 활용에 있어 유연성이 떨어지는 등 제조업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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