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서 年 2조 증세.."부자증세" Vs "반기업"(종합)

추미애, 소득세·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안 제시
''증세 없다'' 김동연·김진표, 하루 만에 뒤집혀
김진표 "올해 증세 촉박해, 1년 공론화 해야"
기재부 침묵..김동연 부총리, 25일 입장 발표
  • 등록 2017-07-21 오전 5:30:00

    수정 2017-07-21 오전 5:30:00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여당발(發) 증세론이 불붙었다. 소득세, 법인세를 올려 고소득자와 100대 기업에서 연간 2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하자는 게 핵심이다. 보수 정권에서 무분별하게 내린 감세를 정상화하는 결정이라는 평가와 중소기업까지 피해를 보는 반기업 결정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세·법인세 증세 방안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소득세의 경우 과세표준 5억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법인세의 경우 과표 2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과표는 소득액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으로 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을 뜻한다.

소득세는 ‘조세정의’, 법인세는 ‘세수 2조’ 목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상외교 성과설명 여야 4당 대표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 대표가 이날 제시한 방안이 새로운 제안은 아니다. 대선 과정에서 이미 거론된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 선대위는 지난 4월 26일 과표 3억원 이상 개인 소득에 대해 42%, 과표 500억원 이상 법인소득에 대해 25%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과표만 달라졌을 뿐 세율은 이미 예고했던 바다.

다만 추 대표의 주장은 ‘소득세·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이 없다’고 선을 그었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의 입장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정책 혼선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당이 세제 개편 방안을 건의함에 따라 당·정부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세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추 대표 주장대로 법인세를 이렇게 인상하게 되면 이른바 ‘MB 감세 철회’다. 이명박 정부 당시 22%로 인하했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말기 당시 최고세율(25%)로 되돌리는 것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의 경우에는 올해 38%에서 40%로 올린 데 이어 1년 만에 재인상하자는 것이다.

학계나 업계에서는 소득세보단 법인세 증세를 놓고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과세표준 5억원 소득을 넘는 슈퍼리치(초고소득자)는 대상자가 많지 않아 이렇게 올려도 세수가 많이 안 늘어난다”며 “증세에 대한 조세저항을 고려해 우선 고소득자들에 세금을 올리는 조세정의 효과를 고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법인세는 세수를 고려했다. 추 대표는 “이렇게 법인세를 개편하면 (연간) 2조9300억원의 세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걷은 총 법인세 52조1000억원 대비 5.6% 수준이다.

세 부담이 오르는 기업은 100개 이내가 될 전망이다. 2015년에 신고한 59만1694개 법인 중 과표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233개 기업이다. 현행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는 과표 2000억원 구간이 나오지 않는다. 이에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통화에서 “법인세율 25%로 적용받는 과표 2000억원의 기업은 100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증세 방향 맞다” Vs “중소기업에 세금 전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표 2000억원 소득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 22%로 인하했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말기 당시 최고세율(25%)로 되돌리는 이른바 ‘MB감세 철회’다. [출처=국회예산정책처]
문제는 당장 이렇게 증세를 할 경우 제기되는 조세저항이다. 김진표 위원장은 “‘증세도 필요한데 시기의 문제다. 정치적으로 잘 판단해서 해달라’고 (당과 장관들에게) 얘기했다”며 “소득·법인세를 올리는 게 우선 순위인데 1년 정도 국민을 설득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쳐서 하자. (증세를 올해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세 부담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대기업 법인세를 올리면 늘어난 비용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할 수 있다”며 “미국 등은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인데 우리는 증세할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반기업 후유증’을 우려했다.

오문성 교수도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어 정책 혼선을 빚은 것”이라며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는 조세정의 측면에서 논의해볼 만하다. 하지만 법인세를 이렇게 당장 올리면 경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증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법인세부터 우선 증세를 해야 하는 게 맞다”며 “예상보다 공약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것으로 법인세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교수는 “투자나 고용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며 “반기업 정서로 흐르지 않도록 기업들에 대한 양해도 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재부, 증세안에 침묵..25일 입장 발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기재부는 추미애 대표의 증세안에 대해 일단 침묵하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추 대표의 증세안이 알려지자 당혹스런 분위기가 역력했다. 세제실 일부 관계자들은 “회의 중”이라며 언론 접촉을 피한 채 일체 함구했다. 기재부는 이날 밤까지 대책회의를 하고 증세안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오는 25일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추 대표의 증세안에 대한 기재부 입장에 대해 “다음 주 화요일에 부총리 브리핑이 있다”며 “이 때 질의응답 과정에서 입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오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관들과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 관련 합동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내달 첫째 주에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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