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인상의 역설]⑤'취지는 좋은데…' 점주도 알바도 '울상'

점주 "올려주고 싶어도 매출이···"
알바 "올려달라 하고 싶지만 잘릴까봐···"
지난달 편의점 5개사 순증규모 전년比 22% 감소
  • 등록 2018-01-17 오전 5:00:00

    수정 2018-01-17 오전 5:00:00

2018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작년 7월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나이 쉰에 한 달 손에 320만원 정도 쥡니다. 이마저도 줄어들 판에 걱정을 하면 엄살인가요.”

서울 시내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16일 “‘그 돈 조금 나눠주면 굶느냐’고들 손가락질 하는데 이걸 갖고 욕심이라고 하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른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하루 6시간씩 한 달 꼬박 일해도 채 100만원도 못 버는데 최저임금 달라기가 눈치 보인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역대 최고 인상률(16.4%)을 기록한 올해 최저임금 인상 적용 이후 정부의 기대와 달리 각계각층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에 시름하던 점주 등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아 ‘나홀로 점포 경영’을 선언하거나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반면 아르바이트생이나 비정규직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맛보기도 전 일자리 걱정부터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오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문재인 정부가 올해 첫 발을 뗀 뒤 ‘을(乙)의 전쟁터’로 변한 삶의 현장에서 신음 소리가 터져나온다.

지난 12~14일 자영업의 대명사인 편의점 10여 곳을 돌아다니며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여파를 살폈다. 서로 입장은 달랐지만 점주들이나 아르바이트생 모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인건비 부담이 생각보다 크다”고 강조했고, 아르바이트생들은 “눈치가 보여 정당한 권리마저 보장해 달라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탓에 편의점 사업 성장에도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편의점 본사가 월 매출의 약 30~4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상황에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이 신규 출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지난해 7월 이후 5개월(2017년 8월~12월) 간 편의점 상위 5개 업체의 점포 순증 규모는 1279개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CU가 418개, GS25 364개, 이마트24 323개, 세븐일레븐 132개, 미니스톱 42개 순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순증 규모(1571개)와 비교했을 때 19.1% 감소한 규모다.

최저임금 인상 불안감이 증폭된 지난해 12월만 놓고 보면 신규 출점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달 편의점 5개사의 점포 순증 규모는 193개로 전년 같은 기간(246개) 대비 22% 줄었다. 가맹본사와 계약 기간이 남은 점주의 경우 점포를 접으려 해도 수천만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토해내야 해, 생존을 위해선 채용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올해 점포당 평균 종사자 수가 작년(7명)보다 1명 줄어든 약 6명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용을 줄이거나 아예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가족끼리 돌아가며 업무를 보는 사례도 늘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8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김학수(23·가명)씨는 “제대 후 학비에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최저임금이 올라 많이 도움이 된다”면서도 “사장님이 ‘다음 달 매출이 안 나오면 당분간 혼자 점포를 봐야할 수도 있다’고 해 경기가 풀리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힐링 미소
  • 극락 가자~ '부처핸섬!'
  • 칸의 여신
  • 김호중 고개 푹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