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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16일 “‘그 돈 조금 나눠주면 굶느냐’고들 손가락질 하는데 이걸 갖고 욕심이라고 하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른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하루 6시간씩 한 달 꼬박 일해도 채 100만원도 못 버는데 최저임금 달라기가 눈치 보인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역대 최고 인상률(16.4%)을 기록한 올해 최저임금 인상 적용 이후 정부의 기대와 달리 각계각층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에 시름하던 점주 등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아 ‘나홀로 점포 경영’을 선언하거나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반면 아르바이트생이나 비정규직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맛보기도 전 일자리 걱정부터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오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예고한 문재인 정부가 올해 첫 발을 뗀 뒤 ‘을(乙)의 전쟁터’로 변한 삶의 현장에서 신음 소리가 터져나온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탓에 편의점 사업 성장에도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편의점 본사가 월 매출의 약 30~4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상황에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이 신규 출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지난해 7월 이후 5개월(2017년 8월~12월) 간 편의점 상위 5개 업체의 점포 순증 규모는 1279개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CU가 418개, GS25 364개, 이마트24 323개, 세븐일레븐 132개, 미니스톱 42개 순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순증 규모(1571개)와 비교했을 때 19.1% 감소한 규모다.
실제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올해 점포당 평균 종사자 수가 작년(7명)보다 1명 줄어든 약 6명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용을 줄이거나 아예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가족끼리 돌아가며 업무를 보는 사례도 늘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8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김학수(23·가명)씨는 “제대 후 학비에 보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최저임금이 올라 많이 도움이 된다”면서도 “사장님이 ‘다음 달 매출이 안 나오면 당분간 혼자 점포를 봐야할 수도 있다’고 해 경기가 풀리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