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아파트 주간시세'…"실거래가 반영 월간조사로 바꿔야"

국민은행 전국 3만여가구 대상
부동산114 전국 690만 가구
감정원은 전국 7400가구
샘플단지 다르고 산정방식 제각각
  • 등록 2018-03-26 오전 5:33:00

    수정 2018-03-26 오전 8:12:03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강남구 집값 상승률이 주춤한 거 맞아?”, “서초구는 많이 오른거야? 그저 그런거야?”, “엥? 종로구 집값이 왜 이렇게 많이 올랐지?”

‘엿장수 마음대로’식의 아파트 시세 통계가 매주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과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105560),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일주일마다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가 주택시장을 왜곡하고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시세 통계에서 평균 이상의 상승폭을 보인 지역이 다른 시세 조사에선 최하위권으로 밀리기도 하고 상승(+)과 하락(-)의 방향이 아예 다른 경우도 나왔다.

한쪽에선 오르고 다른데선 내리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3월 셋째주(3월 19일 기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노원구 집값이 0.05% 떨어졌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여파로 6개월만에 집값이 하락한 의미있는 변화였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부동산114 통계에서는 노원구 집값이 0.05~0.08% 상승했다. 가격의 상승·하락 변동률 자체가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한주 앞서 하락 전환하면서 화제가 된 양천구도 감정원 통계에서는 2주 연속 하락했지만 다른 두 기관의 조사에서는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2주 연속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 셈이다.

부동산114의 3월 23일 기준 통계에서는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중 하나인 서초구가 0.48% 급등했다. 서울 25개 구 중에서 서대문구(0.55%)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서초구(0.04%)를 서울 내 상승률 최하위권으로 분류한 감정원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국민은행 통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가 쉽게 발견된다. 국민은행은 강남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0.35%라며 여전히 서울 내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핫(hot)한 지역으로 꼽았다. 감정원과 부동산114 통계도 마찬가지였을까. 다른 두 곳은 강남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에도 못 미쳤다고 결론내렸다. 반대로 동작구 상승률에 대해서는 감정원과 부동산114가 최상위권으로 집계했지만 국민은행은 평균 이하의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장기 추세로도 들쑥날쑥 통계 마찬가지

제각각인 집값 통계 결과에 대해 해당 조사기관들은 모두 당연한 듯이 반응했다. 조사 대상이 되는 샘플단지부터 차이나는데다 조사 방식, 지수산정방식 등이 기관별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감정원은 300여명의 전문 조사자가 매주 전국 7400가구 아파트에 대한 샘플조사를 통해 가격 변동률을 산출한다. 매주 월요일을 조사 기점으로 삼으며 발표는 매주 목요일에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매주 전국 3만327가구(서울 6432가구) 아파트를 대상으로 해당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입력한 가격을 토대로 주간 변동률을 구해 매주 목요일 발표한다. 부동산114는 조사 범위가 전국 17개 광역시·도 아파트 690만가구로 가장 넓다. 공인중개사가 온라인상의 조사표에 입력한 가격을 기준으로 일주일 사이 가격의 변화폭을 계산한다. 전주 토요일부터 해당 주 목요일까지의 수치를 매주 금요일에 내놓고 있다. 한 조사기관 관계자는 “주간 시세 통계의 경우 샘플단지나 조사 기간의 작은 차이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월간, 혹은 연간의 장기 추세를 보면 기관별로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 추세로 분류되는 연간 가격 변동률을 따져봐도 시장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울만큼 들쑥날쑥한 결과치가 나왔다. 국민은행의 최근 1년간(2017년 2월 말 대비 2018년 2월 말) 서울 구별 집값 변동률을 보면 금천구(5.95%)의 오름세가 눈에 띈다. 상승률에서 25개구 가운데 중간 정도 순위다. 그러나 감정원과 부동산114 통계에서 금천구는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동대문구는 감정원 통계에서 금천구와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렀지만 국민은행과 부동산114 시세 통계에서는 서대문·관악·은평구 등을 제치고 중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연간 기준으로도 시세 통계는 제각각이었다.

월간 조사 발표로 집값 통계 시스템 개선 필요

이처럼 조사기관마다 따라 노는 집값 통계는 자칫 소비자들의 판단에 심각한 오류를 불러일으키고 이로 인해 잘못된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조사기관들이 각각 다른 방법으로 조사해서 발표하는 다양한 통계들이 시장에 혼란을 줄 여지가 있다”며 “통계로서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이같은 문제에 공감하며 개선책을 고민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각각 통계에 대한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감정원은 통계청 승인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 민간부문의 주간 시세 통계 발표를 정부가 통제하거나 승인받으라고 강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감정원을 포함해 민간부문의 통계 발표까지 차단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겪을 혼란이 해소되지는 못한다고 보고 있다. 가격 통계 공개가 사라질 경우 소비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장 가격 자료는 국토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 유일하다.

그러나 현재 실거래가 신고 의무 기한은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여서 현장의 시세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만이라도 사실상 호가 위주의 아파트 주간 시세 조사 발표를 중단하고, 대신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월간 시세 공개 방식으로 집값 통계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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