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 자영업자 비명, 웃음으로 바꿀 대안 되나

'한국의 유니온키친' 위쿡 사업설명회 가보니
주방 설비·공간 임대, 노하우 공유하는 ‘인큐베이팅 공간’
온·오프라인 유통부터 배달 서비스까지 무한 확장 가능성
관련 법안 없어 사업자등록 등 난항···법 개정은 '숙제'
  • 등록 2019-02-26 오전 5:30:00

    수정 2019-02-26 오전 5:30:00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위쿡 사직 2호점.(사진=위쿡)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상업용 주방에 공유경제 개념이 녹아들면서 ‘공유주방’이 시장 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기의 자영업자와 외식산업의 대안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열린 공유주방 ‘위쿡’ 사업설명회에는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외식업계 종사자 100여명이 몰렸다. 위쿡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유주방을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제품이나 물건,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비하는 산업 형태인 ‘공유경제’ 개념을 주방에 적용한 것이다. 증권사 트레이더 출신의 김기웅 대표가 4년 전 미국 식음료 엑셀레이터 스타트업 유니온키친(Union Kitchen) 등을 벤치마킹해 공유주방 개념을 들여왔다.
공유주방에 입점한 사업자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사진=위쿡)
◇ 주방만 공유했을 뿐인데 창업비용 ‘23분의 1’로 줄어


위쿡의 사업 모델은 개별 사업자들에게 월 사용료를 고정 비용으로 받고, 유통 판매 채널을 연결해주거나 온라인 판매에 대한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구조다. 자영업자들은 시간 혹은 요일 단위로 필요한 만큼 주방을 빌려 쓸 수 있다. 위쿡의 시설은 오픈주방과 개별주방으로 나뉘는데, 오픈주방은 시간당 요금(9800원)을 내고 원하는 시간만큼 사용하는 것으로 완전한 ‘공유주방’ 개념에 부합한다. 개별주방은 월 사용료 175만원에 일정 공간을 빌려 독점적으로 쓰는 형태로 배달음식 전문 업체들이 주로 이용한다.

위쿡의 공유주방에선 사업 아이템을 인큐베이팅하거나 컨설팅 받을 수 있고 배달 서비스까지 할 수 있다. 식음료(F&B) 및 외식업 창업의 문턱을 낮추고 성공 가능성을 실험해 볼 기회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 사업자는 이제 더 이상 식음료 사업을 위해 은행 빚을 내면서 임대차 계약을 할 필요가 없고, 값비싼 주방 설비나 기기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013년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 평균 최초 창업비용은 약 9232만원에 달한다. 컨설팅 업체 맥세스컨설팅에서 추산한 프랜차이즈 창업 평균 비용(부동산 관련 비용 제외) 역시 1억1155만원이 넘는다. 반면 위쿡에서 공유주방을 이용해 창업한다면 보증금을 제외하고 최소 84만원에서 최대 700만원대로 창업이 가능하다. 평균 400만원대의 비용으로 개별 사업자가 푸드코트 형태로 된 매장에서 최소 3개월간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위쿡을 거친 푸드 메이커(음식을 만들어서 사업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들은 누적 380팀으로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친 사업자는 80여팀에 달한다. 위쿡은 올해 말까지 누적 700팀을 인큐베이팅해 시장으로 내보낸다는 목표다.

김기웅 위쿡 대표가 21일 사직2호점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공유주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윤화 기자)
◇ 토종 공유주방 브랜드 키우려면 식품위생법 개정 필요해


공유주방은 이미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사업이다. 미국에선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식음료 분야에 특화한 공유주방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유니온키친에서 창업을 준비한 팀 가운데 70개 이상이 현재 워싱턴DC에 식당을 열었다.

문제는 국내에는 공유주방 관련 법안이 없어 사업을 확장하거나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유럽과 달리 현재 국내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일정 기준에 맞는 공간과 시설을 갖춰야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제조업·가공업·식품접객업 사업자등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하나의 공간에는 하나의 사업자만 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사업자가 하나의 주방을 공유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미국처럼 완벽한 공유주방 개념을 적용해 사업을 운영하는 국내 브랜드는 없다. 위쿡에 이어 지난해부터 생겨나고 있는 먼슬리키친, 키친유니온, 심플키친 등 여러 국내 브랜드들은 주로 배달음식업을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위쿡의 공유주방에 입점한 메이커스들 역시 각각의 사업권을 갖지 못한다. 대신 공유주방 회사가 사업자등록을 하고, 입점업체는 공유주방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입점업체는 사업자등록을 못하기 때문에 세액공제를 받을 수가 없다. 공유주방에서 나온 가공식품은 공유주방 업체의 이름으로 유통이 된다. 위쿡이 각 메이커스들의 매출을 통합해 정산하면, 메이커스들은 수수료를 제외한 매출액을 추후 돌려받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위쿡 입장에서는 제품 판매자가 아닌 사업 주체인 공유주방 업체가 각종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위쿡 사업설명회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 나온 부분도 입법안 마련 관련이었다. 위쿡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소기업벤처부 등 관련 부처와 규제개혁에 대해 꾸준히 논의하면서 입법안을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현재 국내 식품위생법이나 외식산업 관련 법안이 경제 모델 발전에 따라 곧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는 “미국 역시 지난 2012년까지는 공유주방 운영 자체가 불법이었지만 유니온키친 등 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부와 협상하면서 관련 법규와 규칙들을 만들어왔다”며 “더욱이 한국처럼 더 좁고 치열한 외식 시장에서는 공간이 아닌 개인 중심으로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는 법안이 나와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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