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마피아식…지소미아 종료 미군 철수 구실로 쓸 수도"

[지소미아 인터뷰下]①로버트 매닝 미국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지소미아 연장->분담금 압박 감소…美관료 ‘트럼프 설득’ 공간 생겨"
"韓日관계·지소미아 분리 취급해야…강제징용 문제, 헤이크行도 방법"
  • 등록 2019-11-19 오전 5:00:01

    수정 2019-11-19 오전 7:35:21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점인 23일 0시까지 불과 5일이 남았다, 지소미아를 한·미·일 3국 안보동맹의 핵심으로 여기는 미국은 문재인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없이는 지소미아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일 관계에 이어 한·미 동맹까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여기에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을 이어가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재발 우려가 조심스레 점쳐지는 가운데 중국·러시아의 팽창은 한반도를 다시 격동의 장으로 바꿔놓을 태세다. 이데일리는 미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국장·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을 진단해 봤다. <편집자 주>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내가 한국 대통령이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국에 대한 ‘마피아적 시각’을 고려할 겁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사진 맨 아래) 선임연구원은 17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전화 및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는 어리석은 일”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을 비롯해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군사정보 공유는 한국의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라며 “가용한 최상의 정보, 그리고 조기 경보를 얻지 못하는 위험에 처하게 돼 미국과 일본의 안보에도 해를 끼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매닝 선임연구원은 “지금도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증가시키고 있지만, (지소미아 종료 땐) 그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철회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압박이 아예 사라지진 않겠지만, 많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미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를 향해 “지소미아를 전반적인 한·일 관계로부터 분리해 취급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분리 취급’을 공론화한다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일 간 쟁점과 관련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을 비롯해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군사정보 공유는 한국의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다. 지소미아 종료는 어리석은 일이다. 가용한 최상의 정보, 그리고 조기 경보를 얻지 못하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의 안보에도 해를 끼친다. 북한과 중국에만 이익이 되는 일이다.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지소미아를 전반적인 한·일 관계로부터 분리해 취급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분리 취급’을 공론화한다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더 쉽게 풀 수도 있다.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AFP
-전통적인 한·일 관계를 고려했을 때 미국이 조금 더 일찍 지소미아 문제를 다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만약 미국이 더 정상적인 행정부였다면, 고위 관리들이 아마 1년 전부터 개입했을 것이다. 나는 미국이 한·일 양측에 균형을 맞추는 노력은 해야 한다고 보지만 한국이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를 소중히 여긴다면, 국제협정(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지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나올까.

△지금도 미국은 압박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한국 정부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보는 부분을 고려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으로부터 미국이 바가지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지켜주고 있는 만큼 동맹국은 상응하는 ‘보호비를 내야 한다’는 전형적인 마피아적 시각이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기(철수하기) 위한 구실로 쓸 수도 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한다면.

△그 경우 방위비 분담금 압박이 아예 사라지진 않겠지만, 많이 줄어들 것이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미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시킬 공간을 찾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어떻게 전망하나. 한·미 군 당국이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정도로 예정됐던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지 않는다. 평양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그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목표는 북한이 이스라엘·파키스탄처럼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군비통제’ 협상에는 동의할 수 있다고는 보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시도하나.

△우스꽝스럽게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브로맨스(Bromance·남자들 간의 진한 우정) 때문으로 보인다. 또 3차례의 북·미 정상 간 만남 등 비핵화 협상에 엄청난 외교적 투자를 했고, 더 나아가 자신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기 싫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AFP
-북한은 미국에 연내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고 있는데.


△김정은의 전술은 대부분 과거 북한의 전술교재에서 다 나왔던 것들이다. 그들은 먼저 궁핍·위협·최후통첩 등을 통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조사한다. 그리고 주요 요구사항들을 바꾼다. 하루는 종전선언을, 다음날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또 그다음 날은 안전보장을. 이제 그들의 요구사항은 대북제재 완화다. ‘새 계산법’은 미국이 제재를 해제할 수 있도록 겁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되레 북한은 그들의 ‘마감시한’에 갇혀 버렸다. 아마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할지도 모르겠다.

-미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북·미 협상은 어떻게 전개될까.

△트럼프는 역사상 북한이 가장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미 대통령일 것이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아마 더 강인하고, 더 비즈니스적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브로맨스’ 같은 건 없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 김 위원장도 이를 모를리 없을 텐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 않느냐는 점이다. 몹시 궁금하다.

-내년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 리얼리티 TV쇼가 자신의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먼저 내릴 것이다.

-최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의 주한미군 철수 관련 발언으로 한국 내 보수층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최근 미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도움을 준 쿠르드 동맹 ‘토사구팽’ 하는 장면을 똑똑히 목도했다. 미 동맹국들을 미국을 의심하게 됐고, 이는 안전보장에 있어 미국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한국은 물론, 호주와 어쩌면 일본까지도 미국의 안보 우산이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핵무장을 플랜B로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매닝 선임연구원은…미 연방정부에 각종 외교정책 등을 조언해온 워싱턴 내 대표적 국제문제 전략가. 미 국방장관실 고문을 거쳐 미 외교정책·국제정치 문제 연구기구인 외교협회에서 한국 태스크포스(TF)·동남아 TF 팀장 등을 역임했다. 2000년대 이후엔 미 국무부에서 장관기획참모, 에너미·기술·과학 정책 담당 고문 등의 역할을 맡았으며, 미 국가정보위원회 글로벌 사무국장, 국가정보국(DNI) 국장실 선임전략가 등으로 활약했다. ‘아시아인의 에너지 인자’(The Asian Energy Factor) 등 6권의 저서를 통해 주로 한·중·일의 지역 안보를 다룸으로써 애틀랜틱 카운슬 내에선 한반도 전문가로도 통한다.
사진=매닝 선임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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