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어려운 12·16 대책…스터디 모임까지

대출규제에 세금 개편까지…16일 종합대책 기습 발표
은행권 “상담 못해주겠다”며 고객 돌려보내기도
세무사 “아예 양도세 문의 안 받아”
  • 등록 2019-12-26 오전 5:20:52

    수정 2019-12-26 오전 5:20:52

지난 23일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세무사들도 양도세 관련 수임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공부할 게 많은데다가 고객들에게 설명하기도 어려워서다.” (경기도 과천의 A세무사)

“대출 규제 조건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건 건마다 정책 당국에 전화해서 물어본다. 퇴근 후 직원들끼리 남아서 ‘12·16 스터디’를 할 정도다.”(신한은행 B은행원)

12·16 부동산 대책을 두고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정책이 기습적으로 발표된데다 예외 조항까지 십 여개에 달해 세무사·은행원·공인중개업자들조차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내 집 상담을 할 데가 없다”고 토로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12·16 대책 이후에도 보완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문가 “공부해도 모르겠다”

지난 16일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 후 18번째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2년 7개월간 대략 2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계속 대책이 나오는 셈이다. 그 탓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빨리 변하는 정책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토로가 나온다.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김모(33)씨도 정책 다음날 재건축 관련 이주비 대출 문의가 왔지만 고객에게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관리처분 인가를 이미 받은 재건축 단지도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에 해당되느냐는 문의였다. 김씨는 “괜히 잘 못 상담했다가 고객 불만만 커진다”며 “확실하게 알기 전까지는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2일 “16일 전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정비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출 규제를 풀어준다”는 예외 규정을 뒤늦게 발표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정리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정도 은행원들에게 난제다. 정부는 앞으로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은 대출자별로 DSR이 40%(비은행권은 60%)를 넘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시중은행의 은행원 박모(32)씨는 “정책 발표 전에 받은 주택담보대출도 앞으로의 DSR 규제에 해당하는지 애매해 상담 진행 조차 못했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DSR 규제 시행일인 23일이 돼서야 “시행일 이후에 받은 주택 담보대출에 한해서만 DSR 규제를 적용한다”는 추가 설명 자료를 내놨다.

대출규제와 세금을 아루는 정부의 대책에 세무사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대표적인 ‘연구 대상’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1세대 1주택자(실거래가 9억 초과)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최대 80%(10년)을 유지하되 거주기간을 요건으로 추가했다.

이에 대해 성모(44) 세무사는 “양도세 항목이 너무 복잡해 유권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전세로 몇 년 살던 입주자가 해당 주택을 추후 구매했다면, 앞서 세입자로 살던 기간은 거주 기간에 포함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일주일 채 안 지나 정책 수정…“상담 누구 한테 받나”

한편 정부는 12·16 대책 이후에도 정책을 계속 수정·보완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12·16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 “18일 이후 신규로 구입 하는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용 주택 담보 대출’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12·16 대책 당시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은 허용한다”는 입장에서 갑자기 말을 바꾼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정비사업장의 이주비 대출 규제도 일주일 만에 말을 뒤집었다.

심지어 정부가 부동산 추가 대책을 예고하면서 현장의 혼란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보유세 추가 강화 등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부동산 매매를 앞둔 시민들은 불안과 불편을 호소한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노모(38)씨는 “부동산 대책이 ‘폭탄급’이라는 이야기는 많지만 속 시원히 물어볼 곳이 없다”며 “이사를 가야할 상황인데 전문가들도 정책을 모른다고 하니 일반인들은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계속 추가 설명과 예외 사항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허술한 정책’이라는 방증”이라며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오히려 이번 정책은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사전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누설 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어 대책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상황이 있었다”며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 하도록 부처간 사전협의와 조율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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