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에도 원유 베팅하는 '개미'

원유 선물 일제히 '하락'…"WTI, 5월물로 직접 영향 제한적"
개인, 기관 원유 선물 매물 그대로 흡수…순매수 2·4위
"원유 저장공간 빠르게 차고 '콘탱고' 등 고려해 투자해야"
  • 등록 2020-04-22 오전 12:20:00

    수정 2020-04-22 오전 12:20:00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직후 국내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가 큰 폭으로 내렸다. 이같은 하락세에도 무색하게 개인 투자자들은 원유 상품을 대거 사들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로 저유가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가 ETN·ETF 일제히 하락…“마이너스 WTI 영향 제한적”

21일 마켓포인트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전 거래일보다 38.85% 떨어진 9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종목은 전날까지 괴리율이 지나치게 높아 거래가 정지됐다가 유동성공급자(LP)인 신한금융투자가 이날 2억주를 추가 상장해 거래가 재개됐다.

이밖에 원유 관련 ETN, ETF는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신한 WTI원유 선물 ETN(H)(-22.42%),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13.49%), KODEX WTI원유선물(H)(-10.80%), 대신 WTI원유 선물 ETN(H)(-10.34%), 미래에셋 원유선물혼합 ETN(H)(-9.44%) 등이 크게 내렸다.

다만 인버스 원유 상품들은 상승 마감했다. △신한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15.4%)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15.2%)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11.8%)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10.5%) 등이 10%대 상승률을 보였다.

앞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7.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선물 만기일 월물 교체를 앞두고 하락 폭이 커진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국내 원유 ETF와 ETN 가격이 하락이 5월물 WTI가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연관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 국내에서 거래되는 ETF, ETN 상품들은 이미 6월물 원유를 기반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원유 관련 선물 상품은 이번 달 중순 6월물로 이미 ‘롤오버(다음달 선물로 갈아타는 것)’된 상태이기 때문에 간밤에 있던 마이너스 유가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특히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의 경우 전날까지 괴리율 30% 초과로 정지됐다가 다시 풀린데다 레버리지 상품으로 하락폭이 2배로 크게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WTI 6월물 등 원원물도 어제 한꺼번에 내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마이너스 기호에 대한 심리적 영향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개인 순매수 2·4위 ‘원유 ETF·ETN’

실제 이날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 폭락에도 아랑곳 않고 유가관련 상품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국제유가가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5월물일뿐 현재 상품들이 6월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판단해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마켓포인트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ODEX WTI원유선물(H)은 삼성전자에 이어 개인투자자 순매수 2위에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상품을 총 186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971억원 사들여 개인 매수 4위에 올랐다. 이날 기관이 해당 상품들을 각각 1907억원, 988억원 판 것을 고려할 때 개인이 이 물량을 그대로 흡수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유 상품에 대한 투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원유 수요가 절벽에 가까운 상황이라 당분간 저유가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현재처럼 원유 선물이 근원물보다 원월물 가격이 높은 콘탱고 상황이 계속되는 시점에는 롤오버 비용이 많이 발생해 생각보다 수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이승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원유 수요 부진이 확대되는 가운데 공급 과잉으로 재고가 축적되면서 저장공간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는 등 당분간 저유가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주요 산유국의 감산이 실제로 이뤄질지 미지수이고 미국의 자연 감산량도 당장 기대하기 어려워 6월물 WTI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심 연구원은 “콘탱고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유가가 오른 만큼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최근 몰린 동학개미들 중 이날 WTI가 마이너스를 기록해 원유 상품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는데, 마이너스 유가는 5월물이고 국내 거래 상품은 6월물인 만큼 이를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WTI 5월물이 마이너스 37.63달러로 떨어졌지만, 6월물은 20.4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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