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차, '응답하라 2008'

  • 등록 2012-09-13 오전 6:20:30

    수정 2012-09-13 오후 3:01:00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경기가 안좋습니다. 정부가 이번에 내수 경기부양책으로 자동차 개별소비세(옛 특별소비세)를 인하했지만 상황이 과거와 달라요. 자동차업종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겁니다.”

지난 10일 정부가 이른바 ‘9·10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뒤 만난 국내 증권사 연구원 A씨의 말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연말 대선을 딱 100일 앞둔 날이었다.

이날 개별소비세 인하 소식은 과거 2008년과 묘하게 오버랩됐다. 현 정부는 집권 첫 해인 지난 2008년 12월에도 같은 목적으로 개별소비세를 내린 바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 파산이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던 시기였다. 국내 시장도 극도로 위축됐다.

당시 A씨는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산업 구제’ 차원에서라도 개별소비세 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견해였다.

그의 예상대로 정부가 개별소비세를 인하하자 현대차와 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 3인방’의 주가와 실적은 날개를 날았다.

현대차 주가는 2008년 12월18일 4만5500원에서 세금인하 적용이 끝난 이듬해 6월30일 7만2000원대까지 수직 상승했다. 주가상승률이 무려 60%에 달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큰 수혜자가 됐고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로 위상을 구축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개별소비세 인하가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와 짧은 세금 인하 적용시기, 폐차보조금 지원 부재 등으로 과거와 같은 효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

아울러 수요심리 위축으로 소비자들의 지갑도 굳게 닫혔다. 내부적으로는 ‘노조리스크’를 항상 안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로 회귀할 수도 있다.

현대차가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에 강해야 진짜 강자다. 정부 지원에 안주하거나 애국심에만 호소해서는 곤란하다. 기술개발을 통해 차를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신뢰와 감동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 ‘글로벌 빅5’에 걸맞은 새로운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번 위기는 현대차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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