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실적 유출 사건 이후 증권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애널리스트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 애널리스트, 기관투자가 간 3각 고리의 끈이 느슨해지자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보고서나 코멘트가 때묻지 않은 종목 판단의 잣대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가장 뜨거운 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가구업체 한샘이다. 지난해초 2만원 안팎이던 주가는 현재 8만원까지 넘볼 정도가 됐다. 1년 남짓한 기간에 주가가 4배 뛴 것이다. 가치주 열풍에 더해 실적 개선이라는 호재가 더해졌다.
그런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이 있다. 증권가 분석 보고서의 동향이 바로 그것이다. 작년 중반부터 하나둘 매수 분석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주가 상승이 워낙 빠른 탓에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목표주가를 한두달새 상향조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짧게는 6개월을 내다보는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가 엉망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뒤늦은 목표주가 조정에도 주가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냈다. 한샘이 1분기 실적을 내놓자 16일 증권가는 재차 목표주가 상향 보고서를 쏟아냈다. 그런 가운데 주가는 장중 8만원을 뚫고 사상 최고가를 또다시 경신했다.
한샘 사례처럼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가 주가에 미치는 힘이 과거보다 더 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용에 관련없이 리포트 발간 이전에 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서로 연락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애널리스트에 대한 감시가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황에서 애널리스트의 의견은 리포트와 컨센서스로만 반영되는 정도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기관투자가가 CJ E&M 사태로 개인보다 정보를 미리 받아보기 힘들어지자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먹을꺼리가 생겼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한 LG이노텍, 그리고 삼성엔지니어링과 LG디스플레이 등도 그런 류로 분류할 수 있다.
그는 “기존에는 이익이 주가를 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앞으로는 컨센서스 방향 이후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며 “컨센서스 개선 여부는 과거에는 물론이고 향후에는 더욱 주목해야 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CJ E&M 사태로 기업과 애널리스트 간 친밀도도 떨어지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자신의 분석 능력을 두고 진검승부를 벌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