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위원장 해부②]스쿠터 타고 온종일 뛰어도 현역 비해 너무 불리

김영춘 새정치연합 부산시당위원장 겸 부산 진구갑 지역위원장의 하루 동행취재
  • 등록 2015-07-03 오전 5:00:30

    수정 2015-07-03 오전 8:12:19

[부산=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부산 진구갑 지역위원장은 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는 오거돈 무소속 후보에게 부산시장 후보직을 양보하고 부산시당위원장 직을 겸하고 있다. 지역에서 알 만한 유명인사다. 그런 그도 지역구 활동을 하면서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지구당이 폐지된 지 11년이 된 지금, 내년 총선을 위해 악전고투하는 원외 정치인들의 현실을 김 위원장의 일상을 통해 들여다봤다.

◇ 출근길 동반자 ‘스쿠터’타고 지역민과 소통

김 위원장의 하루는 어김없이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옷을 챙겨 입고 그날의 일정을 확인하고 난 뒤 6시쯤 동네 주민들과 만나기 위해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한다. 기자가 찾은 지난 23일에도 김 위원장은 노란색 바람막이와 검정 바지 차림에 등산화를 신은 채 집 밖으로 나서려던 참이었다. 배기량 50cc 소형 오토바이(스쿠터)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스쿠터에 오른 그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안녕하십니꺼, 김영춘입니더”라며 밝게 인사를 건넨다. 그의 인사에 주민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한 주민은 “저 모릅니꺼. 옛날 성안탕 주인 아입니꺼. 우리 동네에 같이 살면서 목욕도 하고 했제. 보니까 잘하고 있대. 우짜든지 출세 하이소”라며 환하게 웃는다. 하지만 인사조차 받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역 활동하기 어렵겠습니다’라고 묻자 그는 “현역 국회의원들은 사무실에 간판까지 달고 활동하는 데 경쟁자인 원외위원장은 어떤 활동도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노인들과도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십니꺼 김영춘입니다” 사투리와 서울말이 뒤 섞여 나왔다. 등 뒤로 “국회의원이가 구청장이가”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국회의원 한번 하고 떨어지면 지역 활동하기 어려워요” 홍보활동이 쉽지 않다는 그의 푸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 “지구당 폐지, 지역민원 소통창구 없어져”

오전 10시. 부산진구 초량동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사무실에서 부산시당 운영위원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서는 오륙도연구소 추진업무보고와 운영기금 모금캠페인 경과보고 등이 다뤄졌다. 부산국제영화제,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등 지역현안도 챙겼다.

회의는 40분 남짓 진행됐다. 회의 끝나고 만난 윤준호 해운대기장갑 지역위원장은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이를 대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어진 거 아니겠습니꺼. 당시에는 돈 먹는 하마라고 해서 지구당을 폐쇄했지만, 지역민원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없어진 거 아입니꺼”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역 토박이인 이재강 서구 지역위원장은 “과거 지구당이 있을 땐 지역활동도 충분히 했고, 후원금도 합법적으로 모금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날개가 잘린 상황입니더. 이걸 해결하려고 연구소를 만드는데 선관위에서 겨냥하면 무조건 유사선거기구로 걸리는 상황이지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지구당 부활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정진우 북강서을 위원장은 “덜컥 지구당 부활만 하는 것은 반대합니더. 합법화되면 최고 요지에 간판 아주 크게 거는 등 출혈 경쟁도 있을 수 있고, 결국 음성적 정치자금을 잘 조달하는 사람이나 재력가 중심의 정치가 되지 않겠습니꺼”라고 말했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부산 전역 지역위원장 상무위원회가 열렸다. 이날은 전체 38명의 지역위원장 가운데 21명이 참석해 가까스로 회의가 열렸다. 김 위원장은 “한 달에 한 번 상무위원회 나오면 안 되나. 안 나올 거면 지역위원장은 왜 하고 있나. 한 달에 한 번은 와야 할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총대를 메는 사람이 있어야 그나마 당조직이 숨을 쉰다”고 귀띔했다.

◇ “지역 행사 초청 못 받아도 가서 인사드려야”

점심때가 되자 김 위원장은 “국밥 한 그릇 먹고 다음 일정 갑시다”라며 먼저 일어났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김 위원장은 그가 설립한 인본사회연구소 사무실에서 지역위원장-지방의원 현안 간담회가 열었다. 부산진구 의원 3명이 참석했다. 회의 주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었다. 당초에는 다른 주제였으나 지역구내에 의심환자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안인 만큼 급하게 바꾸었다.

김 위원장은 “오늘 구의원 간담회는 그래도 혹시 우리 지역에서도 메르스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논의하려고 했는데, 당장 우리 문제가 됐네. 참”이라며 혀끝을 찼다. 사태를 잘 파악하라고 지시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니 답답할 따름이다.

오후 4시. 26도의 후텁지근한 날씨인데도 지역주민 인사차 연구소 사무실에서 2㎞남짓 떨어진 연지동까지 부산시민공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그는 정장 상의를 한 손에 들고서는 “이렇게 더운날씨에 수박 한 덩이 사서 경로당 주고 하면 좋은데 선거법 위반이겠지”라고 말했다.

그리곤 바지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들곤 한마디 덧붙인다. “사탕 요거 100원도 안 하는 거 하나씩 줘도 선거법 위반이려나.”

저녁 7시, ‘연지동 바르게 살기 협의회’ 등 동호인 단체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저녁 7시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이곳을 찾은 그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건배 제안을 했다. “연지동 바르게 살기 위원님들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동행한 한 지역위원장은 “발품을 팔아 모든 행사에 초청을 받지 못하더라도 불청객 신분이라도 꼭 가서 인사드려야 한다. 이마저도 안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자조섞인 투로 말했다.한때 잘나가는 국회의원이었다고 해도 원외 신세가 된 김 위원장의 하루하루도 그냥 ‘몸으로 때워야 하는 처지’라는 점에서는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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