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중국 '車굴기'가 두렵다

  • 등록 2016-07-27 오전 6:00:00

    수정 2016-07-27 오전 9:42:59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줄지어 대기중인 택시를 바라보면 한국인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현대차가 생산한 택시가 전세계인이 오가는 중국의 수도 공항을 점령하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현대차(005380)는 과거 베이징올림픽 당시 입찰을 통해 택시 공급권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기업의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확인하는 대목이라며 업계 찬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요즘 상황은 안타까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폭스바겐과 GM 등 서구권 국가 브랜드가 휩쓸면서 우리 기업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베이징 공항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몇년 전만 해도 한국 차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는데 요즘에는 그저 싸구려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중국 현지기업들이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모습이다. 선진 기술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인 중국 기업들은 저가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렇다 보니 베이징 공항을 점령한 현대차 택시도 더 이상 자부심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불안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수십년 간 한국의 대표 업종으로 수출 대한민국의 효자 노릇을 해 왔지만 최근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 완성차의 대(對)중국 무역수지는 올 들어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1∼5월 완성차 수출액이 2679만달러(약 305억원)를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94% 급감했다. 국내 업체의 중국 현지 생산이 늘었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반면 중국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소형트럭과 소형버스 등에서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2007년 3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산 완성차 수입액은 지난해 6940만달러까지 커져 국내 시장에 빠르게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미래 상황도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전기차 등 미래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은 시작부터 중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양상이다.

전기차 분야만 봐도 중국은 정부 차원의 파격적 지원 속에 전기자동차 비야디(比亞迪·BYD)라는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를 탄생시켰다. 비야디는 이미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테슬라와의 한판 승부도 문제없다며 자신감에 차 있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투자한 기업으로 잘 알려진 비야디는 최근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51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비야디 뿐만이 아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 역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관련 기술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百度)는 지도 서비스 기능 등을 발전시켜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고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자동차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해 스마트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로 올라선 중국은 정부가 적극 나서 파격적인 미래차 육성 전략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보호주의라는 비난 속에서도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각종 규제를 내놓으며 자국업체 키우기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조선·철강·화학 등 과거 수출효자 역할을 했던 산업이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 간다면 자동차 산업마저 중국에 내줄 판이다.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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