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전셋값→집값 '도미노 하락'

입주폭탄에 '역전세난'…급매도 속출
'왕십리 센트라스' 59㎡ 전셋값 6000만원↓
아파트값도 한달새 5000만원 떨어져
'고덕래미안' 59㎡ 전세가 1000만원↓
매매가도 한달새 2000만원 넘게 빠져
"집주인들 전세로 잔금마련 쉽지 않아 입주 느는 올해부터 하락세 지속...
  • 등록 2017-02-16 오전 5:30:00

    수정 2017-02-16 오전 8:26:2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리면서 뚝 떨어진 전세가격이 아파트 매매가격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전세금을 놓아 분양 잔금을 치르려던 일부 계약자들이 사정이 여의치 않자 호가를 낮춰 매도에 나서고 있어서다. 비수기에 일시적으로 공급이 넘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지만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꾸준하게 늘어나는 만큼 집값 하락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매매·전세 동반 하락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뉴타운 3구역에 들어선 ‘센트라스’.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매맷값은 최근 한 달 새 5000만원 가량 빠졌다. 올해 초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형은 매맷값이 6억4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이달 들어 5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7월 이 아파트 분양권이 7억원을 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새 약 1억원 이상 하락한 셈이다. 하왕십리동 T공인 관계자는 “센트라스의 경우 입주 시점에 중도금 대출이자를 납부하는 이자후불제가 적용돼 계약금(전체 분양가의 10%)만 들고 있어도 계약이 가능했다”며 “현재 시세가 분양가보다 6000만~7000만원 오른 만큼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를 내려서라도 처분하겠다는 문의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입주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옛 고덕시영아파트)도 상황이 비슷하다. 전용 59㎡형 평균 시세는 지난해 말 6억2500만원이었으나 입주 한 달 보름 만에 2000만원이나 빠졌다. 전용 72㎡도 평균 시세가 6억8500만원에서 6억7000만~6억7500만원으로 하락했다.

새 아파트 매맷값 하락은 입주 물량이 넘쳐 집주인이 전세금을 빼주기도 어려운 ‘역전세난’과 관련이 깊다. 센트라스와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입주 물량이 각각 2529가구, 3658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 데다가 겨울철 비수기가 입주 시기와 겹치면서 세입자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정해진 입주 기간에 입주하지 못하면 잔금에 대해 연 10~14%에 달하는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하는데 전세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집주인들이 역전세난으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자 아예 가격을 낮춰 손절매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실제 센트라스 전용 59㎡형 전셋값은 지난해 말 평균 5억15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4억원 중반대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전세 계약이 쉽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같은 기간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59㎡형 평균 전셋값도 4억30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으로, 전용 72㎡형은 4억 9500만원에서 4억 8000만원으로 각각 내렸다. 고덕동 H공인 관계자는 “인근 하남 미사지구와 위례신도시 등의 입주 시기와 겹치면서 전세 물건이 잘 소화되지 않는 가운데 전셋값이 하락하자 매매가격도 덩달아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아파트값 하락세는 주변 단지 시세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2015년 4월 입주한 왕십리뉴타운 텐즈힐 아파트는 전세계약 만료 시점이 센트라스 입주 기간과 겹치면서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6억원 초반이었던 전용 84㎡형 전셋값이 한 달 새 2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이에 따라 매맷값 역시 올해 초보다 1000만원 정도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말 입주에 나선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 신촌’(1650가구) 전용 59㎡형 역시 입주 초기 7억원대를 호가했으나 지금은 6억원 초반대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 등기 후 2년이 지나야 양도소득세가 비과세가 되기 때문에 지금 팔면 차익의 50%가 세금으로 나간다”며 “이 때문에 전세를 끼고 2년 정도 보유하고 있다가 아파트값이 오르면 파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셋값이 내리면서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자 차익을 줄여서라도 매도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 물량 많고, 대출 까다롭고…“잔금 대출 리스크 대비해야”

문제는 올해부터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37만 16가구다. 이전 최대 기록인 2008년(32만 336가구)이나 지난 5년(2012~2016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26만 가구)과 비교해 크게 늘어났다. 경기도 분양물량이 12만 1966가구로 가장 많고 서울은 2만 5839가구이다. 2018년은 서울·경기도 입주 물량이 모두 늘며 42만 가구로 껑충 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잇단 부동산 규제로 주택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아파트 입주 물량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전세금으로 잔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며 “올해부터 잔금 대출이 까다로워진 만큼 분양 계약에 앞서 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전세를 통해 잔금을 마련할 경우 입주 6개월 전부터 세입자를 구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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