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로 해외바이어 사로잡는 바이오강소기업 대표

情 강조한 'K-비즈니스' 도구로
험학한 분위기 부드럽게 유도
최상의 소맥맛 찾아 자체 제작
  • 등록 2017-04-28 오전 5:01:00

    수정 2017-04-28 오전 5:01:00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사진=메디톡스 제공)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가장 한국적인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한국인’하면 정(情)이더군요. 물론 기술이 좋긴 했지만 정을 강조한 ‘K-비즈니스’가 계약성사의 숨은 일등 공신이라고 확신합니다.”

한국의 독특한 술문화인 ‘폭탄주’를 국제 비즈니스 협상에 이용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해 사업을 탄탄대로로 이끌고 있는 기업인이 있어 화제다. 메디톡스의 정현호(55.사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메디톡스(086900)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3종류의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제제를 자체 개발한 회사다.

2000년 정 대표가 메디톡스를 창업하기 전까지 그는 선문대 교수였다. IMF 사태 이후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줄어들면서 그는 연구비라도 벌 생각으로 회사를 창업했다. 교수 시절에는 술을 즐겨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냉철한 비즈니스 세계에 발을 담그고 보니 술이 필요한 상황이 있음을 깨달았다. 직원 사기를 북돋고, 파트너와 조금이라고 친해지고 원활하게 소통을 하기에는 술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즐겨마시는 것은 소맥이다. 그는 최고의 소맥 맛을 위해 직접 유리잔(사진)을 만들기까지했다. 통상적으로 쓰는 맥주잔의 3분의 2 정도 되고 잔의 아랫 부분에 소주를 따르는 눈금이 새겨져 있다. 맥주는 로고 위치까지 따르면 된다. 정 대표는 “가장 맛있는 소맥을 한 번에 마실 수 있는 양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뒷면에는 건배를 제의할 때 흔히 하는 ‘위하여’를 한자로 ‘爲賀與’라고 새겼다. 중국어로는 뜻이 통하지 않는 틀린 말이지만 메디톡스 측은 ‘서로를 위해 함께 축하하자’의 의미로 해석한다.

정 대표는 “엘러간과의 계약 당시 이 소맥잔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파이요트 회장에게 양사가 함께 힘을 모아 더 높은 곳을 향해 성공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며 소맥잔을 건넸고 파이요트 회장은 ‘최고의 술’이라고 만족했다는 것이다. 계약은 별 무리 없이 성사됐고 이후에 엘러간 측에서 소맥잔과 소맥에 대해 얘기를 하자 정 대표는 아예 소맥잔을 엘러간 측에 선물로 보내주기도 했다.

그는 “‘전쟁같다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한국 고유의 비즈니스 즉, K-비즈니스 방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점이 사업 초기에도 그랬고 지금까지도 매우 유용하다”며 “앞으로도 외국 기업과 협상할 때 지속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메디톡스는 액체상태에서도 보톡스균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킨 ‘이노톡스’를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보톡스를 처음 개발한 美 엘러간은 2013년 메디톡스로부터 이를 약 4000억원에 도입하기도 했다. 판매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정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가 자체적으로 만든 소맥잔 앞면.(사진=메디톡스 제공) 아래 눈금까지 소주를, 로고의 선까지 맥주를 넣으면 된다.
메디톡스가 자체제작한 소맥잔 뒷면. ‘爲賀與(위하여)’라고 적혀 있다.(사진=메디톡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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