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주주우선주의'…최대실적에도 쥐꼬리 배당

SK하이닉스·LG전자 등 한자릿수대 배당성향
삼성카드, 소각없는 자사주 매입…"주주친화정책 의문"
자본硏 "대기업의 소극적 배당…주주들이 문제 삼아야"
  • 등록 2018-02-05 오전 5:30:00

    수정 2018-02-05 오전 5:30:00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액면 분할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면서 기업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낮은 배당 등 소극적인 주주 환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주요 기업들의 주주 환원 강화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성과급 잔치나 막대한 사내 유보금 축적 등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주 우선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주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LG전자 등 최대실적에도 배당성향 한자릿수대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2017년 결산배당(현금) 결정’을 공시한 주요 기업 중 삼성카드(029780) 삼성SDI(006400), LG전자(066570), LG이노텍(011070), SK하이닉스(000660), 금호석유(011780) 등의 배당성향이 전년대비 크게 하락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로 회사가 순이익 중 얼마를 주주에게 돌려주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주주입장에선 배당성향이 높은 회사가 투자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쥐꼬리 배당으로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공시를 통해 주주(2017년 말 기준)들에게 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총 배당금액은 7060억원 규모다. 지난해에는 주당 600원의 현금배당을 하면서 총 4236억원을 배당재원으로 사용했다. 얼핏 보면 배당을 67% 늘린 것으로 보이지만 이익 규모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호조로 10조 642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2조 9605억원 대비 260% 급증한 수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은 2016년 14.3%에서 지난해 6.6%로 급감했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컨퍼런스콜에서 2018년까지 배당성향을 2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힌 점이다. 순이익이 급증하자 20%는커녕 한자릿수대로 떨어진 것. 회사 측에서는 중국 공장 확장 투자, 도시바 인수 참여 등으로 배당성향을 축소했다는 입장이지만 연봉의 50% 수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16년 사업보고서 기준 연간급여총액이 2조 767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단순히 계산해도 이번에 지급되는 성과급이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LG전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 LG전자는 지난달 23일 보통주 1주당 400원, 우선주 450원 등 총 729억원의 현금배당을 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2016년 배당금과 동일한 금액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조 86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는데 이는 전년도 순이익 1263억원과 비교해 1380% 급증한 수준이다. 순이익은 급증했는데 배당은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배당성향이 57.7%에서 3.9%로 뚝 떨어졌다.

LG이노텍도 지난해 17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배당은 주당 250원(총 59억원)만 지급키로 하면서 배당성향이 3.4%에 그쳤다. LG디스플레이의 배당성향도 2016년 19.2%에서 지난해 9.2%로 하락했다.

‘기업의 소극적 주주 환원’…“주주 목소리 높여야”

삼성카드는 높은 배당성향에도 비판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25일 주당 1500원(총 1644억원)의 현금 배당을 한다고 공시했다. 배당성향은 42.5% 수준으로 전년도 47% 대비 소폭 하락했다. 다만 주주 환원 차원에서 배당과 별도로 올해 발행주식수의 2.5% 수준의 자사주 매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삼성카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시장이 기대했던 배당금(주당 1800~2000원)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소각 목적의 자사주 매입이 아니라면 이를 적극적인 주주 환원정책으로 보기 어렵다”며 “특히 삼성카드는 적은 주식 거래량으로 주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자사주 매입은 주주친화정책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 주주 환원이 목적이라면 배당성향을 확대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카드 자사주가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 재편에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혁신 성장기업 등 고도 성장기에 있는 기업은 배당하는 것보다 사내 유보를 통해 경영 위험에 대비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게 중장기 관점에서 주주에게도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로 경영의 지속가능성이 큰 대기업, 특히 IT 기업들이 주주 환원에 소극적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 우선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주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주주총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배당성향 확대 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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