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엘리엇이 현대車 미래에 관심 있겠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특별인터뷰]①
주가 띄운 뒤 차액 챙기면 그만
韓기업, 단기 경영압력에 노출돼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장치 필요
미래 먹거리 찾도록 기업 도와야
  • 등록 2018-05-02 오전 5:00:00

    수정 2018-05-02 오전 7:30:26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단기 경영 압력에 너무 노출돼 있다”고 했다. 장하준 교수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장하준(55)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등의 지배구조에 공세를 벌이는데 대해 “한국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단기 경영 압력에 너무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엘리엇 같은 외국 자본의 ‘먹튀’식 행태가 만연한 만큼 장기 투자를 위한 경영권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 교수는 지난달 27일 이데일리와 특별인터뷰를 통해 “엘리엇이 현대차(005380)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미래에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라며 이렇게 말했다. 장 교수는 산업정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장 교수는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는 (지배구조 개편 압박 등을 통해) 주가를 띄운 뒤 차액을 챙겨 나가면 그만”이라며 “문제는 주식시장의 힘이 커져서 우리나라 전체가 말려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소액주주의 천국이라는 미국도 (기업이 장기 비전을 수립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을 두는 메커니즘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창업주에게 1주당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게 대표적이다. 페이스북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단기(실적)주의 압력에 시달리다 보니, 새로운 산업에 한 번 도전해 보자는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장치와 관련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최근 전방위적인 재벌개혁 움직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산업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집단이 궁극적으로는 지주회사 형태로 투명성을 제고하는 게 좋다”면서도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은 하루아침에 목을 메고 이뤄야 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해소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주력 산업은 모두 1980~90년대 초 이전에 만들어졌다”며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쓸 돈과 역량이 있다면 일단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는데 쏟아야 한다. 기업의 역량이 엉뚱한 데로 분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아울러 최근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훈풍이 부는데 대해서는 “북한 경제를 상당한 수준까지 올려놓지 않는 한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최소한 15~20년의 정지작업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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