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주의 새역사 썼다…투표율 역대 최고(종합2보)

마감 한시간 남기고 역대 투표율 69% 돌파
아침부터 투표 행렬…한시간 넘게 줄서기도
민주파 승리시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가속도
캐리 람 "비교적 평온한 환경 속 선거 치뤄"
  • 등록 2019-11-25 오전 12:37:35

    수정 2019-11-25 오전 12:46:23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타이쿠 지역 한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홍콩 시위의 향방을 결정지을 구의원 선거가 역대 투표율을 기록하며 24일(현지시간) 종료됐다. 민주화 진영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결과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른 오전부터 투표소 앞에는 긴 줄이 이어지고, 시위대가 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나서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역대 투표율 경신…캐리 람 “선거 치러져 기뻐”

이날 홍콩 18개 선거구에서 구의원 452명을 뽑는 선거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예정대로 진행됐다.

투표소 주변에서는 우려했던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르기 위해 시민들이 시위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1시간 반 이상 방해가 지속되면 선거를 연기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선거는 모든 선거구에서 단일 후보가 없이 총 1090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번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 명으로, 지난 2015년 369만 명보다 크게 늘었다. 시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선거인 만큼 후보자 등록은 물론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진 것이다.

이날 시민들은 홍콩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시민들은 일찍부터 투표소에 줄을 섰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한 시간 넘게 대기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마감을 한 시간 앞둔 오후 9시30분 기준 구의원 선거에는 모두 285만명이 투표했으며 등록 유권자 대비 투표율은 69%에 달했다. 4개 지역구의 투표율은 70%를 웃돌기도 했다. 투표율과 참가자수 모두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선거를 넘어선 것이다. 당시 투표율은 58.28%였으며 220만명이 참여했다. 직전 구의원 선거인 지난 2015년 투표율은 47.01%에 불과했었다.

온라인에서도 투표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홍콩 민주화 시위 주역 중 한 명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가장 먼저 해야할 일. 당신의 한 표를 던져라!”라는 글을 올렸다.

웡 비서장은 이날 이른 오전 투표를 마치고 AP통신 등과 만나 “(홍콩 시민이) 경찰의 야만을 중단시키고, 자유 선거를 요구한다면 지금은 투표할 때”라며 “우리가 여전히 선거 제도를 가지고 있을 때 투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실탄에 복부를 맞았던 시위 참가자 패트릭 차우는 전날 “홍콩인들이 투표권을 행사해 평화로운 방법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투표를 독려했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총알로 사람을 죽일 수는 있어도 믿음을 죽일 수는 없다”는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도 이날 오전 투표를 하고 나서 “비교적 평화적이고 평온한 환경 속에서 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선거는 약 600여개 투표소에서 치러졌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각 투표소에 병력을 배치했지만, 선거 영향 논란을 의식한 듯 최대한 유권자들의 눈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경비를 섰다.

홍콩 민주화 시위 주역 중 한명인 조슈아 웡이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를 독려하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사진=트위터 캡쳐
홍콩 행정장관 선출에 배정…현재 친중파 진영 절대 다수

홍콩 구의원은 한국으로 치면 지방의회 의원에 해당하지만, 이번 선거는 민심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선출된 구의원 중 117명은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배정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구의원이 전체 선거인단의 10%가 채 안되는 숫자이나 이번 선거에서 어떤 진영이 승리하는지 따라 행정장관 선거인단 구성도 달라지게 된다. 실제 지난 2015년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승리했고, 이듬해 열린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출 때 이들이 117명 선거인단을 독식해 캐리 람 장관이 당선됐다. 당시 선출된 선거인단은 친중파 726명, 범민주파 325명이었다.

현재 홍콩 의회는 115명 구의원이 친중파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 소속인데다 전체 친중파 진영은 327석에 달한다. 범민주 진영은 118석에 불과하고, 민주당이 37명, 신민주동맹(Neo Democrats)이 13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3년 홍콩 정부는 여론의 반대에도 국가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였다가 50만명이 참여한 반대 시위에 밀려 이를 철회했는데, 그해 치러졌던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바 있다.

다만 친중파 진영이 주장하는 것처럼 시위대의 폭력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만큼 결과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선거 결과는 시위 사태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경우 시위대가 요구해온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커질 전망이다. 선거구별 당선자는 이르면 25일 오전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에드먼드 청 와이 홍콩시립대 교수는 “많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한 표를 행사했다면 람 장관은 이에 어떻게 답할지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정부와 사회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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