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망자 제로' 미스터리…실제로는 더 많다?[김보겸의 일본in]

①미파악 감염자 숨지면 코로나 사망자서 제외
②경찰청 발표 변사자 중 코로나19 환자 미포함
③사망보고 40일가량 지연…과거 사망자 미반영
  • 등록 2021-11-15 오전 7:19:38

    수정 2021-11-15 오전 7:19:38

오사카의 한 파칭코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0명을 찍은 지난 7일, 일본뿐 아니라 한국 등 전 세계 언론이 일제히 이를 보도했다. 확진자 수를 줄여 발표하는 건 가능하더라도 사망자 수까지 속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PCR 검사수를 줄였다, 일시적으로 집단면역이 됐다, 일본에서 델타 변이가 힘을 잃었다 등등 여러 가설이 제기됐지만 전문가들도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사망자 수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 코로나19 사망자는 과소평가됐다?

12일 주간지 죠세지신은 통계에 능통한 전직 공무원 쿠와하라 오사무를 인용해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실제로 더 많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판단의 지표가 된 건 오사카부다. 맞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일 잘하는 극우정당’이란 후광에 힘입어 오사카를 싹쓸이한 일본유신회가 꽉 잡고 있는 지역이다.

오사카부의 월별 코로나19 사망자 수 (사진=죠세지신)
쿠와하라의 설명은 이렇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월 7500명이던 오사카부 사망자 수는 2021년 5월에는 8901명으로 1400여명 늘었는데,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오사카부가 발표한 올 5월 사망자 수는 857명에 불과했다. 2019년에 비해 비해 1400명가량 늘어난 사망자 가운데 나머지 500여명은 코로나19 사망자 또는 코로나19로 의료시스템이 붕괴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이른바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라는 것이다.

2년 새에 자연적으로 사망자가 늘어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잘 대처했다고 평가받는 돗토리현이나 시마네현에선 2019년이나 2021년이나 사망자 수가 비슷한 수준이다. 오사카에서만 사망자가 늘어난 현상은 코로나19 대책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결과인 셈이다.

특히 돗토리현은 한국과 관련이 깊은 지역이기도 하다. 돗토리현은 지난 2009년부터 강원도 원주시의사회와 우호교류 협정을 맺고 교류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K방역 비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드라이브스루 검사 가이드라인과 선별진료소 운영방법, 진료 수칙 등등. 돗토리현은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감염자 ‘0명’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오사카의 관광명소 도톤보리를 지나는 시민들(사진=AFP)
실제보다 사망자 적게 집계된 이유는

그럼 왜 일본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실제보다 적게 집계되는 것일까. ‘누가 코로나19 사태를 악화시켰는가’의 저자이자 한국에선 원전 전문가로 잘 알려진 마키타 히로시 박사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일본 정부가 PCR 검사 수를 줄여서 양성자 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이 PCR 검사를 인당 2만엔(약 20만원)의 유료로 전환하면서 검사 건수가 줄었고, 이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사망했을 경우 코로나19 사망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마키타 박사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경찰청이 발표한 변사자 가운데 코로나19 환자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전국 변사자 중 최대 627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사망 보고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신규 감염이 줄어들던 올 9월 이후에도 오사카와 도쿄, 오키나와 등지에서 집계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증가 추세를 보였는데, 마키타 박사는 이 현상이 사망 보고가 20일에서 40일가량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지표평가연구소(IHME)는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발표된 수치의 24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일본에서 인구 대비 코로나19 사망자 비율이 가장 높은 오사카에서 실제로는 사망자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오사카는 코로나19 사망자가 약 2200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4000명이 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의료진이 음압병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사진=AFP)
의료민영화·섣부른 긴급사태 해제가 피해 키워

오사카에서 유난히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았던 이유로는 방역 효과보다는 방역 비용 줄이기에 급급했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같은 전례 없는 파괴적인 감염병을 국가적으로 다루려면 채산성은 잠시 내려놔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공공병원에 집중시켜도 모자란 상황에서 후생노동성은 의료비 삭감을 위해 국공립 병원을 통폐합했고 병상을 줄여왔다. 지난 10년 간 일본 전국의 보건소 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특히 오사카는 도쿄도에 앞서 공립병원을 민영화하는 등 복지비용 삭감에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오사카 응급의료 시스템은 마비 직전까지 내몰렸고 코로나19 환자 중 10%만이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속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다 목숨을 잃는 환자도 있었다.

이외에도 일본유신회 소속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데도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지난 2월 말 섣부르게 긴급사태를 해제해 비판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오사카 코로나19 대응이 ‘행정 실패’라는데, 유권자들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일본유신회는 지난달 31일 중의원 선거에서 오사카 지역에 후보자를 낸 15개 선거구에서는 모두 승리, 전국적으로 41석을 넘어 직전(11)보다 네 배 가까이 의석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유권자 77%가 현재 오사카를 이끌고 있는 일본유신회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한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자’며 개헌을 추진하는 극우정당이지만 일은 잘 한다는 기대에서 표를 몰아준 것이다.

지난해 “가글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요시무라 지사의 검증되지 않은 발언으로 오사카 약국과 드럭 스토어 등에서 구강청결제 품귀현상이 빚어진 데 이어, 오사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실제로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오사카 유권자들의 선택은 일본유신회였다. 일본에 있어 미스터리는 코로나19 사망자 수 급감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 듯하다.

요시무라 지사가 “가글액이 코로나19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말한 뒤 오사카의 한 약국 가글액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사진=도쿄주니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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