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덩치만 커졌지 내부통제는 허술…돈 묶인 개미만 패닉

7년간 코스닥 횡령·배임 115건…코스피보다 58.7% 많아
개인투자자는 많아졌지만 여전히 허점투성이
경찰수사·금융당국 처벌 있어도 하세월…개미만 피해
“ESG경영 화두되는 시대…내부시스템 강화 필요해”
  • 등록 2022-01-12 오전 6:36:00

    수정 2022-01-12 오전 6:36:00

[이데일리 안혜신 김인경 김소연 기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업체인 금빛(GV)은 지난해 12월20일 상장폐지됐다. 대표이사인 김 모씨의 70억원대 배임혐의가 지난해 7월 드러났고, 이어 550억원 규모의 횡령 정황까지 포착됐기 때문이다. 조명 중견기업이었던 GV 주식은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다. 경영진의 횡령·배임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GV의 횡령 규모는 최근 횡령 사태가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관리팀장 이 모씨가 횡령한 금액이 1880억원에서 2215억원으로 늘어났다고 공시했다. 애초 적발된 1880억원 외에도 과거 335억원이 횡령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사상 최대 횡령 사건 후폭풍…“코스닥 신뢰 하락 불가피”

코스닥이 횡령과 배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학개미’의 투자가 늘어났지만, 코스닥 업체들은 여전히 불투명한 내부 통제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현재까지 1년여 간 총 23건의 횡령 및 배임 혐의 공시가 올라왔다. 2015~2016년만 해도 한자릿수에 불과하던 코스닥 횡령·배임 혐의발생 공시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11건씩으로 증가했다. 이어 2019년 27건, 2020년 36건, 2021년 22건의 횡령·배임혐의 발생하더니 2022년에는 급기야 오스템임플란트의 역대급 횡령 사태가 발생했다. 약 7년간 119건의 횡령·배임 혐의발생 공시가 코스닥에 뜬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종목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건수(75건)와는 차이가 크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데 반해 불투명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상장사 스스로 자금관리 통제 시스템을 만드는 등 상장사들이 2000년대 초반보다는 엄격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허점 투성이라는 얘기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추가 공시를 통해 지난 2020년 4분기에도 자금을 빼돌렸다 반환한 것이 확인됐다”면서 “이것도 결국 자금을 유용한 것인데 이제야 발견했다는 것은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경찰 수사 결과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설사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기업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오스템임플란트 주가 하락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횡령한 자금으로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 동진쎄미켐(005290)에까지 불똥이 튀면서 동진쎄미켐 주가는 최근 7거래일 동안 22.9% 하락했다.

솜방망이 처벌 속 ‘회계 시스템 개혁’ 절실

상장사가 횡령이나 배임을 발견하고 난 뒤도 문제다. 오스템임플란트만 해도 횡령 공시가 나온 직후 바로 거래가 정지되면서 투자자들은 모두 돈이 묶인 상태다. 경찰 수사와 별도로 상장사는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거쳐 금융위원회의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한 처벌도 받게 된다. 하지만 증선위까지 올라오기엔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투자자들은 별다른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실제 뉴보텍(060260)의 경우 2014~2017년 전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회계장부를 조작했다고 2018년 공시했다. 하지만 증선위의 처벌이 결정된 것은 3년이 지난 2021년 1월이었다. 그나마 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 조치는 대상자가 이미 퇴사를 한 만큼, 퇴직자 위법사실을 통보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그 사이 주가는 급락했고 피해는 오롯이 개미들의 몫이었다.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등으로 개미들의 피해가 나타난다고 해도 정작 횡령·배임을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은 비교적 가볍다는 문제가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의 횡령죄를 통해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살게 되지만 시간이 한참 걸릴 뿐더러 잘잘못을 가리는 과정에서 감경되는 경우가 다수다. 주주 게시판에서는 ‘5년 감옥살이하고 인생 역전하는 거다’, ‘거래정지가 먼저 풀릴까, 이 모씨(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주범)가 먼저 풀릴까’ 등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 ‘내 돈 찾기’ 여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

결국 횡령과 배임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업 자체의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회계시스템을 통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8년 신 외부감사법(외감법) 개정 이후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외부 감사인이 검토하는 수준에서 감사로 변경해 인증 수준을 강화했지만, 결산 시즌 감사보고서와 함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도 이뤄지다 보니 적극적인 운영 실태 감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오스템임플란트도 자금관리 팀장이 본인 마음대로 자금을 유용하거나 큰 금액을 횡령할 수 있었다. 결산 시즌에 맞춰 잔액만 맞추는 식으로 내부 자금을 유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강화해도 사전에 내부 자금 유용이나 횡령의 징후 등을 포착하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감사 기준이나 내부회계관리제도 규정 등을 보완해 미비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규안 숭실대 교수는 “외부 감사인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결산 때만 할 것이 아니라 분기·반기 검토하면서도 감사하면 좋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회계 부정을 막으려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결산 전에도 감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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