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야기한 '오일 쇼크'…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하나(종합)

WTI, 7년7개월래 처음 100달러 돌파
러 침공 이후 지정학 공포 갈수록 점증
서방, 러시아산 원유 추가 제재 가능성
모건스탠리 "125달러까지 오를 수도"
IEA 비축유 방출했지만…효과 미지수
70·80년대 스태그플레 현실화할 수도
  • 등록 2022-03-02 오전 7:00:00

    수정 2022-03-02 오전 7:00:0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결국 올 게 왔다. 북해산 브렌트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무려 7년7개월여 만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급히 비축유를 풀기로 했지만, 러시아의 공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유가가 안정화할지는 미지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야욕이 ‘오일 쇼크’를 야기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멀게만 느껴졌던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관측에 조금씩 무게가 실린다.

(사진=AFP 제공)


WTI값, 7년7개월래 100달러 돌파

1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8% 폭등한 배럴당 103.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7월 말 이후 7년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장중에는 배럴당 106.78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브렌트유에 이어 WTI까지 100달러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107.57달러까지 폭등했다. 이 역시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유가가 갑자기 10% 가까이 치솟은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내릴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 캐나다는 지난달 28일 세계 최초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를 선언했다. 이같은 기류는 서방 전반에 퍼질 수 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주요 산유국이다. 게다가 서방의 잇단 금융 제재로 상품 거래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까지 있다. 원유 공급 부족이 당분간 고착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러시아군의 잔혹성이 짙어지고 있어, 지정학 공포가 점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러시아는 침공 엿새째인 이날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리코프의 광장 등 민간인 거주지를 폭격했다. 군사시설 외에 민간인 거주지까지 공격하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러시아군은 또 수도 키예프에서 TV타워를 파괴 시켰다.

이에 월가는 속속 유가 전망치를 올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2분기 중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100달러에서 11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향방에 따라 12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전망이다.

유가 폭등의 후유증은 이미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이날 갤런당 3.619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갤런당 2.720달러) 대비 33.05% 폭등했다. 유가의 추가 상승 전망이 많은 만큼 휘발유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푸틴 대통령이 야기한 오일 쇼크는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가뜩이나 기업과 가계의 비용이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유가 폭등은 엎친 데 덮친 격인 탓이다. 월가의 한 금융사 인사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훨씬 상회할 경우 경기 침체 우려는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1970년~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 더는 딴세상 얘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는 “유가 급등으로 경제 성장 전망이 위협을 받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IEA, 급히 비축유 방출 결정했지만…

미국은 급히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IEA의 31개 회원국은 이날 화상 회의를 열고 유가 안정을 위해 비상 비축유 6000만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IEA가 비상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한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1974년 아랍의 석유금수조치로 제도가 설정된 이후 4번째다. 미국은 6000만배럴 중 절반인 3000만배럴을 부담하기로 했다.

IEA는 “이번 조치는 국제원유시장에 공급 부족은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부가 전략 비축유 3000만배럴을 방출하도록 승인할 것”이라며 “IEA는 시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방출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6000만배럴 규모는 러시아산 원유의 6일치 생산량과 비슷하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과 비교하면 12배 정도다. 러시아는 하루 400~50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CIBC 프라이빗 웰스의 레베카 바빈 선임 에너지 트레이더는 “이 정도면 의미 없는 규모가 아니다”며 “단기적으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즈호증권의 밥 요거 선물부문 이사는 “6000만배럴은 시장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며 “러시아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IEA의 비축유 방출 소식이 나왔음에도 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폐 끼쳐 죄송"
  • '아따, 고놈들 힘 좋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