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문화재독립④] '북관대첩비 환수' 성공엔 남북협력 있었다

'해외 유출문화재 환수 3단계 해법은
- 민관 엇박자 해소
- 日 겨냥 남북 공동대응 필수
- 국제사회와 공조
  • 등록 2015-08-13 오전 6:16:30

    수정 2015-08-13 오전 7:50:56

문화재 환수 분야에서 대표적인 남북협력 성공사례인 북관대첩비 환수 일지(이데일리 그래픽팀)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해외소재 한국문화재 환수를 둘러싼 민관의 엇박자는 심각하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불신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간은 정부가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로 일관, 문화재 환수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니냐며 날선 비판을 쏟아낸다. 반면 정부는 특정 문화재를 타깃으로 한 민간단체 주도의 문화재 환수운동은 소탐대실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화재 환수가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 민관 협력은 절대적이다. 또 남북의 협력도 환수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필요하다면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기증 아닌 싸워서 찾아야” vs “환수·현지활용 투 트랙 필요”

문화재 환수와 관련한 민간단체의 입장은 간명하다. 유네스코 협약에 따르면 불법취득한 문화재는 원소유주에게 반환해야 하는 만큼 이를 근거로 약탈문화재 환수에 적극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의 혜문 대표는 “불법취득이 입증되면 국민 여론을 모아 싸워서 가져와야 한다”며 “아버지 유골을 훔쳐간 놈이 있으면 뺏어와야지 돈 주고 사오는 게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유화책으로는 문화재 환수가 쉽지 않다. 성공 비결은 원칙론에 입각한 강공”이라 강조했다.

정부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하는 일은 민간의 환수운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문화재 전체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한다. 시간이 걸려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민간의 한탕주의식 환수운동은 우리 문화재를 소유한 국가나 기관을 자극해 환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논리다. 소란을 피우며 공개적으로 활동하면 한두 점이야 얻을 수 있지만 나머지 환수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 한마디로 소탐대실이라는 지적이다. 재단 관계자는 대안으로 ‘투 트랙 접근법’을 제안했다. 약탈이나 절도 등 불법적으로 나간 것은 반드시 환수해야 하지만 우리 문화·역사 소개를 위해 현지활용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일본 등 해외에 나가 있는 문화재가 모두 약탈된 것은 아닌 만큼 현지활용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문화외교의 관점에서 우리 문화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관 시너지·남북협력으로 시너지 높여야

문화재 환수를 둘러싼 민관의 엇박자 해소는 절실하다. 물론 역할이 다르고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지만 불법·부당하게 반출된 문화재를 환수한다는 목표는 일치한다. 따라서 공동전선을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민관이 협력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단계는 남북협력이다. 북한은 향후 북일수교 과정에서 문화재 환수문제가 제기되면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남한의 사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남한 역시 북일수교 과정에서 한일협정 개정 문제가 제기되면 문화재 환수문제를 재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혜문 대표는 “북일수교는 문화재 환수의 천금 같은 기회”라면서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때 가칭 ‘우리 민족이 반드시 받아야 할 문화재 100선’을 선정해 공동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 환수에서 남북협력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임진왜란 승전 기념비인 ‘북관대첩비’가 대표적이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강탈해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했다가 남북한의 협력 끝에 2005년 10월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남한에 반환된 북관대첩비는 보존처리를 거쳐 북한에 인도했다.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는 남북 간 순수교류의 좋은 사례다. 또 일본 오쿠라호텔이 소장하고 있는 ‘평양 율리사지 석탑’ 반환을 두고 북한 조선불교도연맹과 남한의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일본서 법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남북이 각각 등재한 ‘아리랑’에 대해선 남북 공동등재를 촉구하는 아리랑 통일운동이 국내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오구라호텔이 소장 중인 ‘평양 율리사지 석탑’(사진=문화재제자리찾기)


◇약탈문화재 환수 국제여론에 호소해야

해외소재 문화재 환수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건 국제적 연대다.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을 지낸 황평우 은평한옥역사박물관장은 “약탈문화재 환수문제를 국제사회 여론에 호소해 분쟁화 전략을 쓰는 것도 방법”이라며 “한국이나 중국이 주도하면 보다 효과적인 문화재 환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네스코 산하에는 ‘문화재 반환촉진 정부간 위원회’(ICPRCP)가 있다. 한국도 위원국이지만 1970년 이전의 약탈유물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고 주요 문화재 약탈국이 참여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대한민국 주도의 ‘문화재 환수 전문가 국제회의’다. 김병연 문화재청 국제협력과 주무관은 “2013년 한국 주도로 그리스·중국·터기 등 4개국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문화재 환수 전문가 국제회의를 순환개최하기로 했다”며 “전쟁, 식민지, 도난·밀거래, 문화재 승계, 약탈품 등 5개 분야에서 공동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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