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커피전쟁]①1000원 커피, 커피공화국 지도 바꾸다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하루 평균 1.7잔, 밥보다 커피를 더 자주 마시는 ‘커피공화국’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 ‘밥보다 비싼 커피’는 부담스런 상황이 됐다. 2000원대 커피마저 비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1000원짜리 커피가 등장한 이후 저가 커피 전문점들이 커피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불황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커피를 선호하는 현상과 저렴한 가격에도 커피의 맛과 질을 높인 업체들의 저가 전략이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우후죽순 1000원 커피 영토 확장

‘빽다방’으로 시작된 1000원대 저가 커피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1000원대 커피를 파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고,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까지 1000원대 커피 전쟁에 가세하며 언제 어디서나 쉽게 1000원에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됐다.

1000원 커피의 인기는 사업가 백종원의 커피전문점으로 유명한 ‘빽다방’의 매장 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빽다방은 최근 무서운 속도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빽다방의 매장 수는 400개를 넘어섰다. 지난 한 해에만 300개가 넘는 매장이 새로 생겨났다. 주로 대학교 앞이나 중심가에서 벗어난 지역에 위치했던 빽다방은 이제 강남, 압구정, 명동 등 시내 중심가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빽다방의 기본 커피인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원으로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 주요 커피전문점의 3분의 1 수준 가격이다. 용량도 타 커피전문점보다 많아 젊은 층으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다른 저가 커피 브랜드 ‘커피에 반하다’도 최근 매장을 300개까지 늘렸다. 2011년부터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팔아온 커피에 반하다는 최근 저가 커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매장 수가 급증했다.

◇너도나도 ‘1000원 커피’

1000원대 커피의 인기가 높아지자 기존 커피전문점들도 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4000원이 넘는 커피 값으로는 불황이 지속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식스는 지난해 말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파는 ‘커피식스 미니’를 론칭하고 사업설명회를 통해 가맹점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커피를 1000원 이하로 파는 곳까지 등장했다. 구공카페는 99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내세워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고, ‘고다방’은 작은사이즈 아메리카노를 900원에 제공하며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MPK그룹의 ‘마노핀’은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한 아메리카노를 99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커피의 가격이 낮아지자 ‘고가 음료’의 대명사인 생과일 주스 시장에서도 1000원대 메뉴가 등장했다. 망고 붐을 불러일으켰던 망고식스는 1000원대 생과일 주스 브랜드 ‘쥬스식스’를 내놨다. 매장과 인력, 재고를 최소화해 1000원대 생과일 주스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경쟁 치열해지며 미래 ‘불투명’..“연관구매 만들어야”

저가 커피 전문점들이 크게 늘어나고,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등도 시장에 뛰어들며 저가 커피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을 챙기지 못해 문을 닫는 브랜드와 매장이 생겨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저가 커피 시장이 ‘반짝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저렴한 커피만 팔 것이 아니라 빵이나 쿠키, 식사 등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유통학회장 겸임)는 “현재 저가 커피 사업구조로는 수익 창출이 불안하다”며 “연관구매를 이어갈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해야 장기적인 사업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