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말아요, 자유학기제…학교형 포상제가 있어요"

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인터뷰
앵커, 정치인 아내, 교수, 이사장까지…다재다능 팔색조
'직원이 행복해야 일도 잘 된다'…첫 여성 CEO 섬세경영
  • 등록 2017-12-12 오전 6:00:00

    수정 2017-12-13 오후 2:26:36

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대한민국 청소년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입니다. 처음엔 아이들이 공부가 싫은데 많이 시키니까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알고보니 공부를 잘 하고 싶은데 잘 하지 못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이더라고요. 어느 순간 아이들에겐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절대선(善)이 되어버린거죠. 이런 의미에서 자유학기제는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하 진흥원) 이사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학교들이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며 적합한 프로그램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진흥원이 개발한 ‘학교형 포상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이사장은 내년 3월로 임기 2년째를 맡는다. 유명 앵커로, 정치인 아내로, 대학 교수로 살아오면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위한 기관의 최고경영자(CEO)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특히 신 이사장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직원들의 복지에도 힘을 써 눈에 보이는 결과도 얻었다.

진흥원 ‘학교형 포상제’ 전국 학교에 보급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한 학기 동안만이라도 시험 부담 없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진로탐색 기회를 갖는 제도다. 한 학기 동안은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토론·실습 수업이나 직장 체험활동과 같은 진로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어떤 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그 틈새를 노린 학원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있다.

신 이사장은 “개개인의 꿈과 취미, 잘할 수 있는 일이 다른데 천편일률적인 공부만 시키는 건 잘못된 것이다.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청소년들이 각자의 진로를 탐색할 시간이 많아진 것은 긍정적”이라며 “진흥원의 ‘청소년자기도전포상제’를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학교형 포상제’를 많은 학교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자기도전포상제는 청소년들이 봉사와 자기개발, 신체단련, 탐험활동 중 자신이 스스로 하고 싶은일 4가지를 설정해 일정 기간 내에 완수하면 포상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진흥원이 보유한 5곳의 국립청소년수련원이나 진흥원과 연계한 전국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운영 중인 다양한 체험 활동을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적극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천안에 있는 중학교는 태조산청소년수련관에 운영 중인 방송댄스, BJ인터넷방송, 환경정화 활동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학교형 포상제 활동을 수료하면 진흥원 이사장 명의의 자유학기제 연계 포상제 활동 인증서를 발급한다.

신 이사장은 “학교형 포상제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여러 활동을 통해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교사 입장에서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별도로 개발·제공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올해 2학기부터 천안시 31개 중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남 고흥군과도 지난 9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진흥원에서는 30여개국 청소년과 교류할 수 있는 국제교류 프로그램과 맞벌이나 조손 가정 청소년을 위한 ‘방과후아카데미’ 운영 등 다양한 청소년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기관 첫 여성 CEO…‘일하기 좋은 직장 지수’ 쑥

신 이사장은 지난 2016년 3월 4대 진흥원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1980~90년대 KBS 간판 아나운서로 이름을 떨쳤고 같은 앵커 출신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박성범 전 의원과 결혼 등으로 숱한 화제를 낳았다. 이사장 부임 전에는 차의과학대 의료홍보영상학과 교수를 지냈다.

다양한 사회경험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무장한 신 이사장은 전임 이사장들이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그는 “‘직원이 행복해야 일도 잘 된다’라는 운영철학으로 조직문화 개선에 힘썼다”며 “여성 CEO로서 출산한 직원들에게 직접 축하카드를 쓰고 여성간부의 친정 부모님께 편지를 보냈더니 오히려 돌아오는 게 더 많았다”고 말했다. 굶고 출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간단한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직원 휴게공간을 리모델링한 것도 신 이사장의 작품이다.

그 결과 지난해 ‘일하기 좋은 직장(GWP, Great Work Place) 지수는 62점으로 전년 대비 12점이나 올랐다. 공공부문 평균인 78점에는 아직 한참 못미치지만 신 이사장 부임 이후 직원 만족도가 부쩍 높아졌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성장이다. 평균 연령이 36.6세인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섬세함을 앞세운 ‘디테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신 이사장은 특히 “많은 사람들이 유명 앵커로 기억하겠지만 앵커를 그만두고 언론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결혼과 육아, 남편의 정치 뒷바라지에 전념했다”며 “2000년부터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민간기업 경영에도 참여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청소년기관이나 시설에 종사한 건 아니지만 보다 큰 측면에서는 청소년업무를 해왔다”며 “또 ‘신은경 효과’로 청소년활동진흥원을 널리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워킹맘들이여, 바람을 빼고 달려라”

이른 나이에 유명세를 탄 그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는 신 이사장에게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특히 엄마 손이 한창 필요하던 때 남편의 선거일로 늘 바빴기에 아이는 친정 어머니와 도우미 등 다른 사람 손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신 이사장은 “아이가 세 살 때 출근하는 나를 붙잡고 가지 말라고 엉엉 운 적도 있다”며 “다 포기하고 아이를 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어느 날은 일 끝난 후 밤늦게 돌아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스르륵 졸면서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 신 이사장은 “책을 읽어줘야 하는데 졸면서 나도 모르게 그날 있었던 일을 중얼거리다 딸래미가 ‘엄마! 정신차려’라고 말해 화들짝 놀라 깬 적도 있다”며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살았다”고 회고했다.

그런 그녀도 자녀에게 독서습관만큼은 꼭 길러주고 싶은 마음에 쉬는 날이면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을 스무권씩 빌려 방바닥에 깔아놓고 아이와 함께 뒹굴며 책을 읽었다. 그렇게 기른 딸은 이제 엄마와 나란히 쇼파에 앉아 책을 읽고 엄마의 사회생활 고민을 들어주는 어른이 됐다.

신 이사장은 워킹맘들에게 “바람을 빼고 달리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워킹맘들은 일과 가정, 아이, 건강, 여가생활 등 할 일이 끝도 없다. 모든 일을 다 잘하고 싶어 애쓰지만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신 이사장은 “사막을 달리는 6가지 방법 중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 바람을 빼라는 얘기가 있다”며 “일하는 여성들도 바람을 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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