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기 온상’ 세종, 미성년자 40명도 땅주인

대부분 증여…“투기·부의 대물림 ‘1타 쌍피’”
2살 아이 이름으로 땅 사고…기획부동산에 지분쪼개기도
“애까지 투기꾼 몰릴 판…잘못된 부동산 인식 있어”
  • 등록 2021-03-30 오전 6:00:00

    수정 2021-03-30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미영 김나리 기자] 부산 해운대구에 살고 있는 ‘미성년’ 세 남매는 세종시 연기면 눌왕리의 땅을 보유 중이다. 눌왕리는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와촌리 등과 맞닿아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전 행복도시건설청장도 아내 명의로 땅을 가진 곳이다.

세 남매는 만 7~9세 무렵인 2019년에 눌왕리 일대에 총 7178㎡ 임야와 대지 3필지를 3분의 1씩 증여 받았다. 이 땅들은 친족으로 추정되는 이가 2010~2011년 매입 당시 공시지가가 1억3300만원이었지만, 증여 시점엔 3억9100만원으로 3배 뛰었다. 2020년 공시지가는 4억1100만원으로, 당시 공시지가 현실화율 65%를 감안하면 실제 시세는 6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9일 이데일리가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세종시에서 받은 자료와 등기부등본을 보면 세종시에 토지를 소유한 미성년자는 40명에 달한다. 매매가 2명, 상속이 4명이고 나머지 34명은 증여형태로 땅을 취득했다. 이들이 가진 땅 합산 면적은 10만8398.4㎡로, 세종시 전역에서 밭·임야·하천·도로 등 다양한 땅을 보유했다. 고위공직자와 시의원 등 투기의 온상이 된 세종에선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들도 증여를 통해 금싸라기 땅의 주인이 돼 있었단 얘기다. 특히 세종에 거주지를 둔 이는 10명에 그쳤고 나머지는 서울, 경기, 대전, 부산 등지에 살고 있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세종은 2012년 정부청사가 문 열기 전부터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인 곳이라 이즈음 사들여 미성년자에 증여했다면 투기하면서 ‘부의 대물림’도 염두에 둔 고수의 ‘1타 쌍피’ 작품이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신 대표는 “미성년 자녀에 증여세는 2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보고, 땅값이 더 오르기 전에 넘겨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며 “미성년자는 이 땅을 부 축적의 기반으로 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에서 부모·조부모가 미성년 자녀·손주 이름으로 땅을 산 사례는 보다 적극적인 투기 행위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주소지를 둔 A씨는 만 2세였던 2016년에 연서면 와촌리 임야 2577㎡를 매입해 등기부등본에 토지주로 올랐다. 와촌리는 이 해부터 국가산단 지정이 검토돼 토지시장이 꿈틀댔다. 업계 관계자는 “부모 혹은 조부모, 친족 등이 법정대리인이 돼 땅을 산 걸로 보인다”며 “멋모르는 아이들까지 투기꾼으로 몰릴 판”이라고 꼬집었다.

LH땅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처음 불거진 광명·시흥 3기 신도시에서 만연한 ‘지분 쪼개기’ 행태에 미성년자가 이름을 올린 사례도 확인됐다. 소정면 고등리 임야 한 필지(1653㎡)는 2017년 6월에 한 주식회사에서 2억5000만원에 사들여 두달 뒤 서울 강동·노원·동작구와 경기의 수원·안성·용인·파주 거주자, 전북 전주 거주자 등 14명에 쪼개 팔았다. 이 때 당시 만 4세였던 수원 권선구 B씨와 만 12살이던 수원 팔달구 C씨도 각각 33㎡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공유지분자 중 이들과 주소지를 함께 둔 이는 없었다. 이창동 밸류업시스템즈 책임연구원은 “땅은 사두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생각에 기획부동산에 당해서 아이의 명의를 낭비한 경우로 짐작된다”며 “부동산에 대한 잘못된 인식 탓”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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