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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간 ‘반도체 패권경쟁’ 파편이 결국 우리나라 기업으로까지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초미세공정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넘기지 말라고 동맹인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우리 기업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 ‘귀한 몸’으로 통하는 EUV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기업인 ASML이 독점한다.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에서 D램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 처지가 가장 위태롭다. D램 공정에서도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공정과 마찬가지로 EUV 노광장비를 도입하는 추세인데, 올해 2월 총 4조 7500억원(약 20대 분량)을 투자해 ASML로부터 5년간 EUV 노광장비 구매 계약을 맺은 SK하이닉스로선 현 상황이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조 바이든 전·현직 미 행정부의 압박에 2019년 6월 이후 ASML의 EUV 노광장비 대중(對中)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10년은 EUV 노광장비를 통한 반도체 생산이 대세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 가운데 “한·중 2곳에 공장을 둔 SK하이닉스로선 중장기적으로 D램 생산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다.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의 3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중국의 굴기를 막고 반도체 전체를 쥐락펴락하려는 게 미국의 전략”이라며 “양국 간 패권경쟁은 중국의 한국 반도체 기술 추격을 늦추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이처럼 중국 생산시설에 EUV 노광장비를 반입하지 못할 수 있는 악재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