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물어보는 정은혜(32) 작가의 질문에 사실 적잖이 당황했다.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던 기자에게 정 작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드라마 잘 봤다”며 요새 바쁘지 않으냐고 물어보자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서) 눈도 충혈되고 입도 찢어졌다”는 대답이 돌아와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정 작가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옥(한지민)의 쌍둥이 언니 영희 역으로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에서의 역할처럼 정 작가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캐리커처 작가 겸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그린 캐리커처 작품만 4000개가 넘는다. 사진만 보내주고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만난 정 작가는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다”면서 “(스스로)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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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작가는 6년 전부터 경기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니 얼굴’이라는 이름으로 캐리커처를 그려왔다. 코로나19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양평매일상회로 이름이 바뀐 리버마켓에 주말마다 나간다. 최근에는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일부러 정 작가를 보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정 작가는 “요즘 같은 상황이 실감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거나 사인을 해달라고 화장실까지 따라오기도 한다”고 달라진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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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지역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부모 운동을 하고 있는데 제가 양평지회장이에요. 삭발까지 감행했더니 은혜 씨가 옆에서 그만두라고 하더군요(웃음). 은혜 씨의 예술활동은 예술과 사회의 문제예요. 화가로서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인 은혜 씨가 예술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적인 정책의 문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모운동을 시작한 거고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의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높아진 인기만큼 정 작가를 부르는 곳이 많아진 덕에 모녀가 함께 전국 곳곳을 다니느라 바쁘다. 오는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아홉 번째 개인전도 연다. 정 작가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그려왔으니 앞으로는 고양이나 다른 동물, 사계절도 그려보고 싶다”며 “엄마처럼 늙어서도 계속 작가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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