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현장에 출동했다가 소송을 당해 피해를 보는 119대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119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재난현장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에는 소방관련 소송·분쟁을 지원하는 조직이나 인력이 미비하다. 그나마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원이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이같은 방임은 결국 119 활동을 위축시켜 국민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민안전처(안전처)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방 관련해 전국 시도지사를 상대로 제기된 민사·행정 소송은 총 77건이다. 이중 45건(승소 27·패소 7·소취하 3·화해 등 8)은 마무리됐지만, 32건(42%)은 여전히 소송 중이다. 2011년 6건에 그쳤던 피소 건수는 2012년 21건, 2013년 28건, 지난해 22건을 기록하는 등 3년새 4배 가까이 급증했다. 119 출동 횟수가 크게 늘면서 인명·재산 피해, 구조·이송지연 등에 책임을 묻는 소송이 덩달아 늘어난 때문이다. 2005년 10만여건이던 화재 진압 등 119 구조건수는 지난해 44만여건으로, 환자이송 등 구급건수는 같은기간 149만여건에서 238만여건으로 늘었다.
이전까지 없던 화재 분야 피해 소송은 2012년 이후 작년까지 3년간 9건이 제기됐다. 화재 진압이 늦어져 피해가 커졌다며 소송을 제기한 게 대부분이다. 환자이송·응급처치 지연 등을 이유로 구급대원을 고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2012년 1건에서 지난해 8건으로 증가했다.
주영국 소방정책과 소방복지계장(소방령)은 “집계된 소송 통계 외에도 119 대원들이 다양한 사건·사고를 많이 겪지만, 지자체에서는 예산·인사·조직 문제 등을 이유로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송 중인 119대원 대다수는 별다른 지원없이 ‘나홀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인천중부소방서가 지난 6월 소속 대원 366명을 대상으로 서면 설문조사(응답률 98.6%)를 실시한 결과, ‘법적 분쟁 시 법률자문할 곳이 없다’는 응답이 84%(306명)에 달했다.
김문원 인천중부소방서장은 “전담부서가 없다 보니 체계적인 소송 대응이 어렵고, 정당하게 업무를 수행하다가 소송을 당해도 징계를 우려해 자비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오명석 인천시 송무팀장은 “공무원 법무지원 규정에 따른 것으로 소방직만을 홀대한 것은 아니다. 현재도 시 전체를 담당하는 법률자문 시스템은 갖춰져 있는데 홍보나 전달이 덜 된 것 같다”며 “예산·정원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방전문변호 인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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